"매장에서 일회용컵에 드셔도 돼요."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지만 현장에서는 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잦은 규제 변화로 업주들이 혼란을 겪거나 매장 상황상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단속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카페에서 매장에서 마실 음료가 일회용컵에 담겨 나왔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가능한지 묻자 직원은 "괜찮다"고 답했다. 실제 카페 안 10여 명의 손님 모두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근 다른 카페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손님이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아 자리에 앉자 직원은 "매장이면 머그잔으로 드릴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손님은 "택시를 기다리는 중이라 잠깐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제공하면 최대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2018년 매장 내 사용을 금지한 뒤 2022년에는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2023년 곧바로 일부 규제가 완화돼 빨대와 종이컵은 다시 허용됐다.
단기간에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업주 혼란은 커졌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서영씨(33)는 "규제가 완화됐다는 말에 일회용컵 사용이 가능한 줄 아는 사장님들이 많다"며 "최근 지방자치단체 안내문을 받고서야 매장 내 사용이 여전히 금지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규제를 제대로 알고 있어도 현장에서는 지키기 어려울 때도 있다. 지난달 23일 방문한 경기도 양평의 한 카페에서는 고객들에게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버젓이 제공하고 있었다. 카페 직원은 "주말처럼 손님이 몰릴 때 다회용컵을 사용하면 세척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손님들도 음료를 마실 때까지 더 많이 기다려야 해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손님 요구도 규제 이행을 어렵게 한다. 한 카페 사장은 "일회용컵을 받은 뒤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에게 잔을 바꿔드리자고 해도 '곧 나갈 거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사하는 입장에서 단호하게 말하기도 어렵고, 결국 더 얘기를 꺼내기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카페 수가 급증하면서 지자체는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 카페 수는 2021년 7월 7만9000곳에서 지난 7월 기준 9만4947곳으로 증가했다. 사실상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모든 매장을 점검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불시 점검에 나서더라도 다회용컵 수가 부족하거나 이용객이 몰릴 때 세척 어려움 등으로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일회용품 규제가 강화됐다가 느슨해지는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포장 주문자가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업소 과실 여부 등 단속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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