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대주주 양도세 10억원 고집 안하겠다"

이 대통령,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세법개정안 발표에 주가 흐름 부진하자
李 "장애 받는다면 고집할 필요 없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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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10억원으로 반드시 내려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법 개정이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현행 기준인 50억원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상법개정 등 다른 문제에서도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정 갈등 빚은 '대주주 양도세'…50억원 현행 유지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주식시장 활성화가 새 정부의 핵심 중 핵심"이라면서 (대주주 양도세 문제로) 장애를 받는다면 고집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견을 모아보니 대체적으로 원래대로 두자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31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는데 양도세 부과기준이 되는 대주주의 종목당 주식 보유액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되자 여당에서도 세법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상했다. 대통령실은 "당정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내왔는데, 이 대통령이 직접 '50억원 유지'라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국내 상장기업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저평가 상태"라면서 "(주주가) 회사 경영 상태를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경영정상화가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여당의 상법개정안에 대해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부당한 악덕 기업 경영진, 일부 지배주주를 압박하는 것"이라면서 "기업은 소액주주가 보유하는데 그분들은 좋아한다"고 반박했다. 재계가 내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마치 국민 여론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며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게 상법을 개정해 경영 풍토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李 "주식 시장 한참 멀었다, 보기 어려울 정도의 투자"

배당소득 분리과세 문제 등 세수 정책과 자본시장 정책이 충돌할 경우 증시가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게 하는 게 맞다"고 얘기했다.


또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정상화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면서 "이번에 적극재정을 하게 됐는데 이전에 보기 어려울 정도의 예산 증액, 재정 투자가 이뤄진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지도, 방향도, 실탄도 매우 많다. 경제성장 발전에 기여하면서 기업의 순이익과 이익을 늘리면 한 단계 주식시장이 업(up)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0일을 짧게 규정하자면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 민생회복 소비쿠폰, 코스피지수 3000선 돌파, 외교 정상화 등을 성과로 꼽았다. 그는 "남은 4년9개월은 도약과 성장의 시간"이라면서 진짜 성장과 통합의 정치를 약속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지난 7월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 이후 두 번째다. 지난 기자회견 때처럼 대통령과의 거리를 1.5m로 가깝게 배치했다. 질의응답은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순서로 진행됐다. 중요 현안에 대한 공통질문을 먼저 한 뒤 명함을 추첨해 추가 질문자를 선정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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