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할머니가 먹던 그 과자 뭐야?"…50년째 사랑받는 국민간식 4총사

맛동산·사브레·가나·비비빅, 출시 50주년
반세기를 버틴 힘은 기본기와 혁신

1975년은 한국 과자 산업에서 특별한 해다. 해태제과의 '맛동산'과 '사브레', 롯데웰푸드 의 '가나초콜릿', 빙그레 의 '비비빅'이 모두 이 해에 출시됐다. 출시 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4개 제품은 진열대 중심을 차지하며 국민 간식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단순히 간식을 넘어 세대를 이어온 브랜드 자산으로 성장했고, 끊임없는 제품 혁신을 통해 생존력을 증명한 장수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1975년생 국민간식 해태제과 '맛동산'(왼쪽부터), 롯데웰푸드 '가나초콜릿', 해태제과 '사브레' [사진=각 사 제공]

1975년생 국민간식 해태제과 '맛동산'(왼쪽부터), 롯데웰푸드 '가나초콜릿', 해태제과 '사브레' [사진=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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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DNA'로 탄생한 국민 스낵, 맛동산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의 '맛동산'은 누적 매출 1조9000억원, 판매량 32억봉지를 기록했다. 국민 1인당 64봉지를 먹은 셈이다.

1974년 시험작 '맛보다'를 선보였던 해태제과는 이듬해 설비와 제품을 개선해 '맛동산'을 내놨다. 설문조사로 도출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양은 두 배(200g), 포장은 복주머니 모양으로 바꿨다. 땅콩 고물과 발효 공정으로 차별화했다.


출시 첫해 판매량은 500만봉지, 매출 5억원(현재가치 750억원)이었다. 1976년에는 스낵으로는 처음 TV 광고를 내보냈다.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라는 CM송은 당대 최고 인기 코미디언 배삼룡의 이미지와 결합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1980년대 들어 '맛동산'은 '1초에 1개씩 팔린다'는 수식어를 얻으며 연매출 50억원을 돌파했다. 청주에 스낵 전용 공장을 세워 하루 1만박스 생산 체제를 갖췄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푸짐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으며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1988년 해태제과 창사 이래 최고 월매출 750억원도 '맛동산'이 견인했다.

'맛동산'은 국내 최초의 발효 스낵으로도 유명하다. 국내 최초로 발효 스낵을 표방한 맛동산은 22시간 동안 두 차례 발효를 거친다. 2006년에는 유산균 발효를, 2010년에는 국악 발효 공법을 도입했다. 반죽 숙성 과정에서 방아타령을 비롯한 국악과 클래식, 광고 음악까지 총 13곡을 들려주는데, 이는 효모 활동을 활발하게 해 식감을 더욱 부드럽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도 충북 청주 공장에서 매일같이 반죽에 음악이 울려 퍼진다. 최근에도 흑당, 쇼콜라, 솔티드 아몬드 캐러멜, 프레첼 버전 등 파생 제품을 내놓으며 트렌드에 맞는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맛동산 패키지 변천. 1985년 맛동산(왼쪽부터), 1997년 맛동산, 2006년 맛동산 [사진=크라운해태제과 제공]

맛동산 패키지 변천. 1985년 맛동산(왼쪽부터), 1997년 맛동산, 2006년 맛동산 [사진=크라운해태제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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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프리미엄 쿠키의 효시, 사브레

맛동산과 함께 1975년 등장한 해태제과의 '사브레'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전통 쿠키 '사블레'에서 이름을 따왔다. 설탕 알갱이가 바스러지는 듯한 식감을 구현해 '국산 프리미엄 쿠키의 효시'로 불렸다.


1970년대 초 도입한 영국산 자동화 오븐 덕분에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회사는 버터 풍미와 바삭한 식감으로 어린이와 여성층을 공략했다. 사브레는 문화사적 기록에도 남아 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버터를 많이 넣은 해태 '사브레'가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산업화 시기 소비자들의 고급화 욕구와 맞아떨어진 사례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111억개, 매출액은 3500억원이다. 국민 1인당 223개를 소비한 셈이다. 2009년 '초코사브레', 2018년 '카카오닙스 사브레', 2021년 '메이플 시나몬', 2022년 '애플 캐러멜', 지난해 '블랙빈·플랫화이트' 등 변화를 거듭하며 브랜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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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의 연인', 가나초콜릿

롯데웰푸드의 '가나초콜릿'은 한국 초콜릿 시장의 출발점이다. 1975년 스위스식 기술을 접목해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액 1조4000억원, 판매량 68억갑을 기록했다. 이는 국민 1인당 120갑 이상을 소비한 규모다. 출시 초기 스위스 기술자를 초빙해 품질을 높였고, 가나산 카카오콩을 전면에 내세웠다. 1976년 시장 점유율은 47%까지 치솟았다.


기술 공정에서도 진화를 거듭했다. 마이크로 그라인딩으로 미세 입자 질감을 구현했고, 1996년부터 BTC 공법으로 맛과 색을 안정화했다. 광고에서는 채시라·이미연·아이유·전지현 등 당대 최고의 스타를 기용하며 "사랑을 전하는 초콜릿"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근 '가나'는 단순 초콜릿을 넘어 디저트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2021년 시작한 '가나, 디저트가 되다' 캠페인은 성수동 팝업스토어 '가나 초콜릿 하우스'로 이어져 누적 3만명을 모았다. 올해는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특별전 '아뜰리에 가나'를 열어 5명의 현대미술 작가와 협업했다. 초콜릿이 예술로 재해석되면서 젊은 세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올해 여름에는 롯데자이언츠와 손잡고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였다. 야구 유니폼을 주제로 한 디자인과 랜덤 키링을 넣어 팬덤 소비를 겨냥했다.


팥 아이스크림의 대명사, 비비빅
빙그레 '비비빅' [사진=빙그레 제공]

빙그레 '비비빅' [사진=빙그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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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의 '비비빅' 역시 1975년생이다. 한국인에게 팥 맛 아이스크림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비비빅'이 연상된다. '비비빅' 출시 당시 아이스크림 시장은 바닐라·초코·딸기 등 서양식 맛이 주류였지만, 빙그레는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한 팥을 전면에 내세웠다.


'비비빅'은 으깬 팥이 아닌 통팥을 사용해 고소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살렸다. 우유 혼합과 조화를 이루며 "단팥죽과 아이스크림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0~1990년대 여름철 필수 간식으로 자리 잡으며 '국민 아이스크림'으로 불렸다. 이후에도 콘, 바, 튜브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왔지만, '비비빅'은 자리를 지켰다.


2000년대 웰빙 트렌드에는 완두·검은콩을 더한 'W비비빅'을, 최근에는 '더 프라임' 시리즈를 선보였다. 인절미·흑임자·단호박·쑥 등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제품이다. 인절미는 출시 1년 만에 250만개 이상 팔렸다. 2021년에는 파리바게뜨와 협업해 케이크와 셰이크를 선보였다.


맛동산·사브레·비비빅·가나가 50년을 버틴 이유는 기본기를 지킨 품질에 있다. '맛동산'은 땅콩의 고소함, '사브레'는 버터 풍미, '가나'는 진한 코코아, '비비빅'은 팥의 진득함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를 재해석해 변화를 시도한 점도 한몫했다. 미니 버전, 신맛, 한정판, 협업 등은 세대별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뉴트로 열풍은 부모 세대의 추억을 자녀 세대가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4개 브랜드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세대를 잇는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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