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배우 故 이선균씨(48)의 수사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이 법정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이 경찰관은 이미 파면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한 상태다.
10일 인천지법 형사11단독 김샛별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A 전 경위의 변호인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최근 판례에 비춰볼 때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재판장 김샛별 판사는 "피고인의 한 행위가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두 가지 혐의에 모두 해당해 상상적 경합이 적용되는데, 이 경우 형량이 더 무거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인정 여부는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일부 유죄가 되는 이상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법리적으로 다투는 부분에 실질적 실익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또한, 변호인이 "버려진 종이(파지)를 찍었으므로 공무상 비밀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수사 내용이 적힌 용지를 촬영한 것으로 비밀문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은 다음 기일에 입장을 다시 정리해 오겠다고 답했다.
A 전 경위가 유출한 문서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2023년 10월 18일 작성한 '수사진행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이씨의 마약 사건 관련 대상자들의 이름, 전과 기록, 신분, 직업 등 인적 사항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A 전 경위는 이 보고서를 사진으로 찍어 기자 2명에게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한 기자는 A 전 경위로부터 받은 정보를 한 연예 매체 기자에게 다시 전달했고, 이 보고서의 일부 내용은 이씨 사망 다음 날인 2023년 12월 28일 보도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10월 19일 한 지역 언론사가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하며 시작됐다. 이 기사는 배우 이씨가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검찰 수사관 B씨는 이 보도에 앞서 지역 신문 기자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별도로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이씨는 2023년 10월 14일 형사 입건된 이후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세 번째 조사 나흘 뒤인 12월 26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