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반발해 쟁의를 준비한다. 금감원 직원들이 총파업에 나선다면 이는 1999년 기관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파업이 발생한다면 금융감독 업무 현안은 물론 신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10일 금감원 노동조합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쟁의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섭 금감원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수석 부위원장)은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윤대완 노조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발족했고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대의원 회의를 소집해 (파업 투표 안건 등을) 논의 중"이라며 "사측 인사 중 국장급은 물론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도 비대위에 합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 내규상 대의원회의 안건 부의와 상정 등까지는 1주일가량 걸린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께 금감원 노조 파업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감원에는 전일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직원 수백 명이 1층 로비에 모여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700여명 정도로 전체 직원의 30% 규모에 달하는 인원이 모여 금융소비자원(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등 정부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정부는 금융감독원에서 금소원을 분리하고 양 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지난 7일 발표했다. 금감원에서 금소원을 독립시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설명에도 금감원 직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금융사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는데 이를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감독과 검사 기능이 충돌하고 소비자 보호 업무에 관한 효율적인 서비스가 붕괴한다"며 "정부의 개편안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만약 총파업을 결의한다면 1999년 금감원이 설립된 이후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1999년 1월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이 통합돼 설립한 조직이다. 당시에도 각 사 직원들의 큰 반대가 있어 진통 끝에 통합이 이뤄진 바 있다.
노조 쟁의로 인해 당장 금감원의 금융 감독 업무는 물론 현 정부서 추진하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는 과열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각종 대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은행권 대출 규제에서 실질적인 집행과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금감원 직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 정책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기능 강화, 건전성 확대, 주가조작 근절 대응, 스테이블 코인 규제 체계 마련 등 현 정부의 각종 국정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힘들 수 있다.
금소원 분리로 인해 조직을 이탈하는 우수 인력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조직 특성상 변호사와 회계사, 보험계리사 등 전문직 비중이 높은데 이들이 금소원에 배치된다면 상당수가 이직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만 할 수 있는 고유 업무가 많아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조직 내 전문직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회사가 둘로 나뉜다면 직원들의 동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소원에서 우수 인력이 빠져나간다면 금융소비자보호 기능 역시 약화할 우려가 있다. 금소원을 설립해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시작부터 실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기구로서 신설될 금소원의 전문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인적, 물적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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