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공공기관 지정과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신설에 반발해 1999년 설립 후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르면 다음 주 파업 투표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정보섭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오른쪽 세 번째)을 비롯한 직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본원 1층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 이틀째인 이날은 오전 8시부터 40분간 시위를 진행했고 전날보다 50여명 많은 750여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문채석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정보섭 금감원 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10일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윤태완 노조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발족했고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대의원 회의를 소집해 (파업 투표 안건 등을) 논의 중"이라며 "사측 인사 중 국장급은 물론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도 비대위에 합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 내규상 대의원회의 안건 부의와 상정 등까지는 1주일가량 걸린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께 금감원 노조 파업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파업 시 1999년 설립 후 26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쟁의 형태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금융위원회와는 쟁의 행위를 함께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 대행은 "비대위 발족 후 쟁의 행위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해나갈 것"이라며 "금융위와는 기본적인 소통은 하더라도 금융위 구성원들이 공무원이고, 금감원과의 관계도 있어서 함께 쟁의행위를 하기는 힘들 듯하다"고 했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도 '검은 옷 시위'를 이어갔다. 전날보다 더 많은 750여명이 참여했다. 오는 12일까지는 매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본원 1층 로비에서 검은 옷 시위를 할 예정이고 다음 주부터는 본원 밖으로 나가서 시위를 비롯한 쟁의행위를 할 계획이다. 노조 조합원은 물론 비노조 직원과 국장급 이상 사측 임원진까지 비대위에 합류하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이찬진 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윤태완 노조 부위원장(비대위원장)은 "비대위 발족 후 사측 인사들에게 국회 정무위원회를 만나 우리 뜻을 전하고 오라는 '미션'을 부여했다"며 "현재로서는 사측 인사 중 국장급의 비대위 합류를 요청 중이고 부원장보 이상 15인의 임원에게는 공식적으로 비대위 합류를 제의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과의 면담 요청에 대해서는 "지난 8일 면담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회신 시한을 이날로 정해둔 상태고 아직 회신받지는 못했다"며 "노조와의 면담을 수락하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오전 7시42분 본원으로 출근했다. 평소와 달리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통해 비서 한 명과 함께 11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이 원장은 '노조 면담 요청을 수락하는 회신을 전달했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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