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구금사태 남 얘기 아냐" 다국적 기업들 문의에 로펌 전화통 불났다

美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파장
"단속 대상인지 걱정하는 기업 많아"
"미국 내 해외 기업 활동 위축될 것"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 미국 내 다국적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이민·비자 전문 로펌에는 자사 직원들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걱정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모습. 연합뉴스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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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HSF 크래머'의 미국 비즈니스 이민 담당 책임자인 매튜 던은 FT에 "우리의 메일함에 자신들도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에 노출될 수 있는지 걱정하는 고객들의 메일이 쏟아지고 있다"며 "고객들은 자신들의 본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미국 내 관리자들이 위험에 처한 것인지, 취업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미국 정부의 표적이 되는지 등을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이민 로펌 '쿡 백스터'의 창립 파트너인 찰스 쿡은 현재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ICE 구금시설에 있는 사람들 일부를 변호하고 있다. 그는 변호 활동과 동시에 다른 기업들의 문의도 함께 받고 있다. 쿡은 "지난 7일 미국에 대규모 시설을 보유한 해외 기업 2곳에서 전화를 걸어와 ICE가 자신들의 공장에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의 아시아 담당 부회장 출신인 태미 오버비는 "해외 기업 가운데 일부가 이번 일로 예상되는 법적 파장을 검토하며 미국 출장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오버비는 "한국인들이 체포되는 영상은 한국에서만 상영된 것이 아니라 일본, 대만 등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무역 상대 국가들도 보게 됐다"며 앞으로 파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단속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미국 내 해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기업의 한 경영진은 FT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정치적인 이유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며 "미국 정부는 이제 매우 달라졌고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텍사스의 이민 전문 변호사인 로버트 러프런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ICE의 단속 관행이 크게 달라졌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추가로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러프런은 "ICE는 특정 민원에 대응하는 것을 제외하고 지난 4년간 책상에만 앉아 있었다"며 "이제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ICE는 이민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기 위해 현장으로 나가면 인센티브를 받는다"며 "솔직히 말해 표적이 너무나 풍부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모습. 연합뉴스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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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 5월 ICE 회의에서 하루에 3000명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하루 3000명'이라는 실적 달성을 위해 현장에서는 마구잡이식 체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한국인 구금 사태 역시 트럼프 정부의 과도한 이민자 단속이 초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체포·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은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2시 30분(한국시간 11일 오전 3시 30분) 전후 현지에서 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구금 엿새 만에 석방돼 자진출국 형식으로 애틀랜타 공항에서 전세기에 오를 예정이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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