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돌봄서비스 확대…요양시설 '인력난' 비상

기존 요양보호사 대거 이탈 '현장 혼란'

전남 해남군이 올해 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 사업을 대폭 확대하면서 지역 요양시설들이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생활지원사로 요양보호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9일 해남군에 따르면 군은 올해 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로 총 205명을 배정했다. 해남종합복지관 102명, 해남종합사회복지관 103명이 각각 투입됐다. 문제는 지역 내 요양시설 인력들이 상당수 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로 빠져나가면서 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해남군 요양보호사들이 생활지원사로 대거 이탈하면서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 운영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준경 기자

해남군 요양보호사들이 생활지원사로 대거 이탈하면서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 운영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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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A씨는 "기존 요양보호사들이 생활지원사로 옮겨가면서 구인 광고를 여러 차례 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다"며 "어르신들 케어에 공백이 생길까 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생활지원사와 요양보호사의 업무 강도 차이는 극명하다. 생활지원사는 주 1회 가정방문과 주 2회 전화상담이 주요 업무인 반면, 요양보호사는 식사보조, 배설관리, 체위변경, 목욕지원 등 고강도 신체활동을 담당해야 한다.


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는 하루 8시간 근무하며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직접 돌봐야 하는데, 생활지원사는 실 근무시간이 4~5시간에 불과해 업무에 비해 높은 급여를 받는다"며 "당연히 요양보호사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활지원사의 실제 돌봄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요양시설의 인력 부족은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의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며 "정부 정책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자체에서 교육을 통해 생활지원사들이 양성된다면 최소한 요양보호사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올해부터 요양보호사 배치 기준을 수급자 2.3명당 1명에서 2.1명당 1명으로 강화했음에도 해남군이 기존 인력을 오히려 다른 사업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해남군이 지역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앙정부 지침만을 앞세워 정책을 추진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 자체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기존 요양 인프라와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노인돌봄 서비스 질이 하락할 수 있다"며 "특히 해남처럼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생활지원사의 실제 근무 형태를 두고도 '형식적 돌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생활지원사들의 실 근무시간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돌봄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활지원사는 "주 1회 방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안부 확인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전화상담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요양시설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치매나 중증 질환을 앓는 어르신들의 경우 전문적인 케어가 필수적임에도 인력 공백으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해남군 관계자는 "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는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시행하는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요양시설의 인력난 해소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해남군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38.7%로 전국 평균(18.4%)을 크게 웃돌고 있어 노인돌봄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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