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9일 FKI타워에서 열린 '한미 원자력 에너지 협력 포럼'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로버트 패라리 아폴로 상무, 브리짓 포쉬 아폴로 APAC크레딧총괄,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마이클 현 PSEG CCO, 로버트 드나잇 PSEG 원전부문 부사장, 배준범 메이어브라운 변호사. 한국경제인협회
원본보기 아이콘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내 원자력 발전소 용량은 2050년까지 4배로 늘리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한국과 미국 간 원자력 협력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다. 9일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주최한 '한미 원자력 에너지 협력 포럼'에 참석한 미국 원전 기업은 한국 기업과의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 기업 PSEG의 마이클 현 최고사업책임자(CCO)는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한국 기업들은 설계·조달·시공(EPC), 숙련된 노동력, 프로젝트를 적시에 예산에 맞춰 완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한국과 파트너를 맺는 것에 관심을 갖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PSES는 뉴저지를 중심으로 송전 및 배전 인프라를 운영하는 회사로 뉴저지 전력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뉴저지와 펜실베이니아 지역에서 호프크릭, 세일럼, 피치보텀 등 5기의 원전을 운영하거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기의 경수로형 원전을 추가할 계획이다.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모델이 잠재력 후보군에 올라 있다.
마이클 현 CCO는 "지난 30년간 한국은 22기의 원전을 건설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은 4기의 원자로를 계통에 연결했다"며 "한국의 신규 원전 건설 경험은 미국 내 원전 건설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지난 1월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한미 원자력 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등 양국 간 원전 협력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산업 투자 펀드에도 원전이 포함돼 있다.
미국 기업들은 적시에 원전을 건설하는 한국 기업들의 경험을 높이 사고 있다. 원전 건설이 늦어질수록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경제성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현 CCO는 "미국 보글 원전은 조달 문제와 공사 지연으로 킬로와트(kW)당 단기 차입 비용이 6000달러까지 늘어났다"며 "한국의 시공, 조달, 건설 경험은 미국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원전뿐 아니라 기존 노후 원전의 계속 운전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의 기회가 있을 전망이다.
마이클 현 CCO는 "현재 미국에서는 20기의 원전이 면허 갱신, 계속 운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용기 부품 교체, 대형 펌프, 밸브 공급 및 교체, 터빈, 검사 등에서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원자력 발전소들은 한국의 노후화 관리에 대해 관심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 원전에 적용된 디지털트윈 기술도 수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지식재산권 분쟁 종결,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 간 협력 여건이 마련됐다"며 "민관이 지원하는 조인트벤처(JV) 컨소시엄 모델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내 설계조달시공(EPC) 기업이 건설과 시운전을 맡고 웨스팅하우스가 설계와 미국 내 규제 대응을 담당하며 양국 정부가 금융 및 정책 지원에 나서는 협력 방식이다.
정 교수는 "한미 정부 공동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한미 원자력 협력을 위해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타이틀 17 청정에너지 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한 금융모델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한 대담에는 마이클 현 CCO, 정 교수와 함께 로버트 드나잇 PSEG 원전 부문 부사장, 브리짓 포쉬 아폴로(APOLLO) APAC 크레딧 총괄, 로버트 패라리 아폴로 상무 등이 참석했다.
아폴로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대체 자산 운용사로 최근 영국의 힝클리프포인트C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프랑스 EDF에 부담보 사채를 제공한 바 있다. 아폴로는 2027년까지 500억달러, 2030년까지 1000억 달러를 청정에너지 및 기후 전환 관련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전 세계는 극한기후와 기후변화, AI 발전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은 원전 건설에 대한 기술력과 안정성, 세계적 수준의 공급망 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행정명령을 통해 원전 발전 용량을 5GW(기가와트) 증설하고 2030년까지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할 것을 에너지부에 지시했다. 작년 100GW 수준이었던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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