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7 부동산 대책의 핵심으로 내세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을 둘러싸고 시장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민간 건설사 참여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민참)' 형태로 추진된다는 큰 틀 정도만 언급됐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베일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방안, 손익구조 등 핵심 사안은 추후로 발표가 미뤄져 혼란을 키우고 있다.
도급형 민참이란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은 공사비 투자·설계·인허가·분양·하자 관리 등 사실상 모든 실무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3기 신도시에도 이미 일부 적용해 진행하고 있다. 이 방식을 활용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6만 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증권가는 건설사 규모에 따라 셈법이 엇갈릴 수 있다고 봤다. 시민단체는 "민간 퍼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혈세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영증권은 10일 LH의 기존 '민간참여 공공주택 공모지침'을 분석해 민참을 '중위험·중수익' 모델로 규정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민참을 수주한 건설사의 손익구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먼저 '사업비 직접 정산' 방식이다. 미분양이 나더라도 LH가 전량 인수해 건설사가 안정적으로 공사비와 도급계약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분양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은 전혀 배분받을 수 없다.
반면 '사업지분율 정산' 방식은 분양 수익을 LH와 나누는 대신 미분양 리스크도 함께 부담한다. 이 경우 민간의 이익은 총사업비의 10% 이하로 제한된다. 초과 수익은 모두 LH로 귀속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익의 상방이 막혀있으나 하방은 확보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의 수주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민참 규정이 적용된다면 건설사 규모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중견사는 공공과 협력해 안정적 수주가 가능하다. 반면 수익이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된 만큼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대형 건설사를 유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다만 이는 예상 시나리오일 뿐이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견사 위주로 진행됐던 민참에 대형사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H 용지입찰을 통해 자체 사업으로 성장해온 호반건설과 중흥토건, 우미건설, 제일건설, 대방건설 등은 이번 사업 개편으로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그간 LH 도급은 공사비가 박해서 들어갈 유인이 없었다"며 "만약 분양이익이 적절하게 배분되고, 분양가가 일반적인 공공주택보다 높은 수준에서 설정된다면 참여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경우를 감안해 대한주택건설협회는 "대형 건설사 위주의 사업추진 가능성을 우려하며 중견·중소 건설사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사업을 추진하는 LH는 공사비를 올리면 분양가 상승으로 공공성이 훼손되고, 공사비를 내리면 대형사의 참여가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민참 사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미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LH가 토지만 제공하고 사실상 모든 것을 민간에 맡기는 방식은 공공성을 훼손하는 민간 특혜"라며 "결국 분양가 상승과 공공 이익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공성'을 앞세워 공사비를 낮추게 되면 과거 '순살 아파트' 논란처럼 낮은 예정 공사비와 빠듯한 공정으로 품질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참이 '혈세 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미 부채가 160조 원을 넘은 상황에서 과거처럼 택지 매각으로 임대공급의 손해를 메꾸는 '교차보전' 구조가 사라져 재원 조달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공사채 대량 발행은 확정적이며 국가재정을 건드릴 가능성도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민간 매각 대금이 일부 남아 있고, 필요하다면 재정 투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LH 개혁위원회 논의를 토대로 구체적인 공급 계획, 공급유형, 자금 조달방안 등을 연내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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