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서 韓 방위좌표 뺀다…데이터센터 설립 요구는 거부(종합)

정부 요구사항 일부 수용…보안시설도 가림 처리
"韓 파트너사와 협력 강화…지도 반출, 경제적 효과 기대"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은 불가 입장 유지

구글이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과 관련, 위성 이미지 속 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국내 지도의 좌표 정보를 구글 지도의 모든 이용자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 요구 사항 중 하나인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정부는 구글에 고정밀 지도를 제공할지를 놓고 오는 11월께 결정할 방침인데, 구글의 수용 결정이 논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사장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성 이미지 속 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하는 것에 더해 한국 영역의 좌표 정보를 구글 지도의 국내외 이용자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고정밀 지도의 반출 승인 시 한국 지역의 좌표 정보는 전 세계 구글 지도의 사용자들에게 표시되지 않는다. 그는 "구글 지도에서 클릭을 통해 위치 공유를 하게 되면 해당 지점의 경로 좌표가 표시되는데, 지도 반출 신청이 승인되면 해당 좌표 정보를 표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글, 지도서 韓 방위좌표 뺀다…데이터센터 설립 요구는 거부(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터너 부사장은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과 관련해 그간 제기됐던 우려 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을 강화한다"고도 했다.

현재 1대 2만5000 축척보다 자세한 국내 고정밀 지도는 군사나 보안상의 이유로 해외 반출이 금지되고 있다. 이 지도의 해외 반출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이 모인 협의체를 통해 승인받아야 한다.


앞서 구글은 2011년과 2016년에도 1대 5000 축척 지도 반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 정보가 담긴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두면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구글은 지난 2월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3번째로 요청했고, 정부는 두 차례의 유보를 거쳐 오는 11월11일까지 구글의 반출 요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예정이다.


터너 부사장은 그간 지도 서비스 관련 제기돼온 문제에 대해 오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구글이 정부에 반출을 신청한 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한 1대 5000 국가 기본도로, 이는 한국 정부가 이미 민감한 군사·보안 정보를 제외하고 제공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1대 5000 축척 지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도심 지역의 길찾기 서비스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구글어스 서비스에서 군사시설 등 민감시설이 위성 이미지에 노출된다는 우려에 대해서 터너 부사장은 "구글이 보유한 위성 이미지는 반출 신청 대상인 국가기본도와 무관하다"며 "전 세계 상업 이미지 공급업체로부터 구매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글은 한국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도와 구글 어스에서 민감 시설에 대한 가림 처리 등 추가적인 보안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글 측은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내비쳤다.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데이터센터를 특정 지역에 설립하는 건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원하는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책임자 두고 핫라인을 거쳐 우려 사항을 적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지도서 韓 방위좌표 뺀다…데이터센터 설립 요구는 거부(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터너 부사장은 티맵모빌리티 등 국내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는 "구글은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지속하고 티맵모빌리티 등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강화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이미 가림 처리된 상태로 정부 승인된 위성 이미지를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구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지도 데이터의 반출으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도 주장했다. 그가 인용한 '디지털 지도 데이터 개방이 첨단산업의 경제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했을 경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약 18조4600억원의 누적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터너 부사장은 "구글 지도 역시 이런 변화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며, 한국 이용자와 해외 관광객 모두에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미 양국 간 관세 실무협상이 지도 반출 결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 터너 부사장은 "양국 간에 어떤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지 아는 내용이 없어 추가로 공유할 내용은 없다"면서도 "미국이 세계 모든 국가와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관세 장벽을 언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지도업계는 구글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지도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오늘 제시한 내용은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며 "정부가 제시한 최소 요건만을 언급하며 선심 쓰듯이 해주겠다고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어 도돌이표만 반복하는 꼴"이라면서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한미 간에 통상, 관세 협상과 결부지어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