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우리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8월호의 "소비 여건이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보다 한층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KDI는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2분기 국내총소득 증가세(전년동기 대비)가 1.5%로 확대되는 등 소비 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7월 들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가전제품 환급사업 등 정부의 소비지원 정책이 시행되면서 소비 부진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7월 소매판매액은 전년동월 대비 2.4% 증가해 상품 소비가 살아났고, 숙박·음식점업(1.6%) 등 서비스 소비도 개선 흐름을 보였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승용차(12.9%) 판매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승용차를 제외한 소매판매액도 1.3% 반등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1.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소비 여건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KDI는 "정부의 소비지원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소비 개선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도 뚜렷하다. KDI는 "건설투자와 높은 수준의 통상 불확실성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했다. 7월 전산업 생산은 전년동월 대비 1.9% 증가했지만, 건설업 생산은 -14.2%로 장기간 부진이 이어졌고, 설비투자 역시 -5.4%를 기록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어 KDI는 "8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의 증가 폭이 27.7%에서 9.5%로 축소됐고, 항공기 및 부품 수입액은 -43.8%로 감소세를 이어갔다"며 "선행지표는 설비투자의 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8월 수출 증가율은 1.3%로 전월(5.8%)보다 둔화했고, 일평균 기준으로는 5.8%의 완만한 증가세였다. 그러나 대미 수출은 철강(-32.1%)과 자동차 및 부품(-6.1%) 감소로 -8.1%를 기록했다. KDI는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반도체, 의약품 관세 부과 예고와 미국 연방 항소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 등으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출 하방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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