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이 강화되자 히스패닉계의 소비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이를 주 고객으로 삼는 기업들이 잇따라 타격을 입고 있다. 단속의 부메랑이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합법적 신분을 가진 히스패닉들 사이에도 냉각 효과를 불러왔다"고 전했다. 미국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히스패닉계는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의 주요 소비층이었지만, 최근 들어 지출을 줄이고 있다.
리서치 업체 뉴머레이터에 따르면 히스패닉 가구의 소비는 지난 6월까지 1년간 사실상 증가가 없었다. 같은 기간 백인과 흑인 가구의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한 히스패닉 단체 대표는 "파티와 외식을 줄이고 배달을 늘리는 등 합법 체류자들까지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파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히스패닉 소비자가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맥주 업체 컨스털레이션 브랜즈는 최근 실적 전망을 낮췄다. 빌 뉴랜즈 CEO는 "히스패닉 사이에서 고급 맥주 소비 감소가 특히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뷰티 기업 코티, 호텔 체인 윈덤 호텔&리조트도 이민 정책 불확실성이 사업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외식업계 역시 캘리포니아·텍사스·네바다 등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매출 위축을 체감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단속 강화가 이미 미국 내 경제 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히스패닉 노동자·소비자뿐 아니라 아시아계 외자 기업 공장으로도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에선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체포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닛케이는 "일본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의 경계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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