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의회 의원들이 일본 연수 경비를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의원들은 "불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환급금 처리 지연에 시민사회는 "의회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광주 북구의회 의원들이 공무국외출장비 의혹과 관련, 8일 오후 광주 북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송보현 기자
북구의회 의원 12명은 8일 오후 광주 북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제기된 각종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이 더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안은 불법이 아닌 투명성과 세비 절감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경찰 내사 과정에서 사건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진실은 왜곡되고, 의원들은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재성 의원은 "사적 유용을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했다면 출국 전부터 감사원과 행정안전부에 절감 경비 처리 절차를 질의할 이유가 없다"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적 자금을 아끼고, 지방재정을 살리려 했던 결정이 마치 사적 유용인 양 호도되는 것은 억지이자 명백한 명예훼손이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의회가 작성한 일본 도쿄 해외연수 출장경비 내역. 총액은 4,443만여원으로 일비·식비·숙박비·항공운임 등이 포함됐다.
앞서 북구의회가 작성한 출장계획서에 따르면 이번 연수단은 의원 12명과 직원 4명 등 16명으로 꾸려졌다. 지난 7월 일본 도쿄 연수 경비 4,443만여원이 개인 계좌로 지급됐고, 의원들은 이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충전해 여행사 대금을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약 440만원의 환급분을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환급금은 행안부 답변을 받은 7월 말 이후 한 달여가 지난 4일에야 회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회 교육지원팀 관계자는 "사무국은 여비를 지급하는 회계 처리까지만 맡을 뿐 의원 개인이 받은 돈을 어떻게 결제하거나 사용하는지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지난 4일) 440만원은 '의원 국외 여비'와 '직원 국외 업무 여비' 항목으로 반납 처리됐다"고 밝혔다.
의원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조선익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문제가 되는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며 "의원들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빨리 조사해 달라'고 말할 형편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구민에겐 민폐이고, 의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며 "이번 수사를 계기로 지방의회 해외연수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정리하고, 제도를 바로잡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 참고인 조사와 자료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처음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관련 자료도 이제 북구의회에서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부분이 혐의가 될 수 있는지, 법률적으로 어떻게 판단할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대상은 의원 12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3명 등 15명이며, 출장계획서에 포함됐던 직원 1명은 실제 출장에 참여하지 않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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