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서 이거 내라, 저거 내라" 수수료 끝판왕…치킨집 하면 낼 돈만 3500만원 [Why&Next]

관악구 피자 프랜차이즈 칼부림 사건 후폭풍
차액가맹금·리뉴얼비용 시달리는 점주들
가맹점 매출 최대 70% 본사
국회도 가맹사업법 개정 나서

이달 초 서울 관악구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액가맹금이 낀 재료비와 장비 사용료, 로열티 등 본사의 과도한 수수료 요구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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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자신의 매장에서 본사 직원과 인테리어 업자들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가맹점주는 매장 보수 공사를 두고 본사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는 왜 본사 직원을 찔렀나

프랜차이즈 본사는 창업 점주들에게 주방 집기류 등으로 5700만원 상당을 창업 점주들에게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점주 가족들은 "본사가 알려준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공사했는데 누수가 생기고 타일이 깨져 문제가 많았다" "새로운 메뉴를 신설해달라"라는 등의 요구가 많았다고 경찰 등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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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1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 피자 브랜드는 2021년 8월 가맹사업을 시작했는데, 본사 매출은 2022년 31억9800만원에서 지난해 85억8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 기간 7억여원이던 본사 자산은 19억원으로 불어났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가맹점 매출의 50% 이상을 수취하면서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프랜차이즈 가맹점 평균 창업 비용은 1억1300만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인테리어 비용 비중이 45.6%로 가장 크다. 문제는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해야 하고, 4~5년마다 '리뉴얼'을 의무적으로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인테리어 공사비의 최소 절반에서 많게는 전액을 점주에게 부담시킨다"고 지적한다.


원재료 공급 '차액가맹금'에 리뉴얼 비용, 교육비까지 부담

창업 이후에도 비용 압박은 계속된다. 대다수 가맹점은 영업에 필요한 원재료를 본사에서 공급받는데, 통상 본사는 일부 이윤을 남기고 물품을 납품해 이른바 '차액가맹금'을 챙긴다. 여기에 정기적인 점포 리뉴얼비와 포스(POS) 사용료, 광고비, 추가 교육비 등이 더해지면 매출의 60~70%가 본사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실제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186곳의 매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맹점 영업비용 중 프랜차이즈가 공급하는 재료비(49.5%)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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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의 평균 차액가맹금은 2023년 기준 2300만원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업종별 평균 차액가맹금은 치킨 3500만원, 한식 2200만원, 커피 2200만원, 제과제빵 2300만원, 피자 2100만원 등이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은 치킨이 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커피 6.8%, 제과제빵 5.7%, 한식 5.1%, 피자 5.0% 순이었다. 외식업 전체는 4.2%였다.

이 같은 구조는 결국 법정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2020년 11월 피자헛 가맹점주 90여명이 한국피자헛을 상대로 낸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시작으로 푸라닭치킨, bhc, 배스킨라빈스, 교촌치킨, BBQ 등 유사한 소송이 확산됐다. 피자헛 소송은 현재 대법원 선고만 남아 있으며, 앞선 1·2심 재판부 모두 점주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2심은 한국피자헛이 약 210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해 파장이 컸다.


법정 분쟁뿐 아니라 행정 제재 사례도 잇따른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은 가맹점 36곳에 본사가 법적으로 부담해야 할 인테리어 공사비 2억9449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다 지난해 6월 자진시정 방안을 마련했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도 가맹점 70곳에 인테리어 공사비 15억2800만원을 미지급해 2022년 11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7억원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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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가맹사업법 개정 목소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맹사업법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정보공개서를 통해 본사의 수수료 구조를 공개하고 있지만, 차액가맹금처럼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는 비용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가맹점주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은 프랜차이즈 계약 시 '프랜차이즈 공개서(Franchise Disclosure Document·FDD)'를 통해 23개 항목의 비용과 조건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본사가 특정 물품을 강제로 구매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한다.


점주·본사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 처리할 224개 법안에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포함시켰다. 개정안은 가맹점주에게 노동조합의 단체협상권과 유사한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가맹 점주들은 단체를 구성할 수 있고, 가맹 본사에 거래 조건 등에 관해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는 반드시 응해야 한다. 응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고발 등 제재를 받게 된다.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나 특정 물품 강제 구매 등 불공정한 거래 조건을 뜯어고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본사의 과도한 수수료 요구가 누적되면 점주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유사한 갈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가맹점주 단체가 필요한 재료를 다른 거래처에서 사겠다고 주장할 경우 프랜차이즈 업태의 핵심인 '동일한 품질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가맹점주 단체가 난립해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분쟁이 급증하고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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