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포털기업 네이버( NAVER )가 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유통업계에 손을 내밀고 있다.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물류기업은 물론 e커머스 사업자까지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전략적 동맹이 확산하는 것이다. 내수 부진 속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쿠팡에 맞서기 위해 각 사가 보유한 장점을 결합해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인데, 이 같은 승부수가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네이버와 새벽배송 기업 컬리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이용자 충성도를 높인다. 네이버는 상품 큐레이션과 물류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진 컬리와 함께 '단골' 확보에 나선다. 컬리는 4000만 유저를 확보한 네이버를 통해 기존 컬리를 이용해보지 못한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향후 네이버는 넷플릭스, 컬리에 이어 우버 택시와도 협업하는 등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네이버와 컬리는 9일 서울 종로구 종로플레이스에서 '네이버 커머스 밋업 위드 컬리' 행사를 열고 양사의 파트너십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이용자 충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상품 큐레이션과 물류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진 컬리와 함께 '단골'을 확보해 커머스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컬리는 4000만 유저를 확보한 네이버를 통해 기존 컬리를 이용해보지 못한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하기로 했다.
앞서 네이버와 컬리는 지난 5일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를 론칭했다. 컬리N마트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인기 상품과 컬리의 신선식품을 새벽배송을 통해 받을 수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또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이 이달 초부터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하면서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새벽배송도 진행된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오른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에서 온·오프라인 유통 AX(AI Transformation) 혁신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롯데 유통군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롯데 유통군도 최근 네이버와 인공지능(AI), 쇼핑, 마케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4개 분야에서 전략적 업무 제휴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회사는 AI 분야에서 쇼핑과 상품기획(MD), 운영, 경영지원 등 4대 분야별 에이전틱 AI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에이전틱 AI는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환경을 분석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자율형 AI를 뜻한다. 앞서 롯데 유통군은 지난달 에이전틱 AI를 기업 운영 전반에 접목해 조직의 업무 효율과 의사결정 자동화를 구현하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gentic Enterprise)' 실현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쇼핑 분야에서는 영향력이 큰 네이버의 플랫폼 생태계와 연계해 소비자를 위한 혜택을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롯데마트·슈퍼, 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네이버페이 결제 시 적립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세븐일레븐 등 롯데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을 네이버 퀵커머스 서비스 '지금배달'과 연계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의 AI 광고 솔루션(NCLUE)을 활용해 시장 확장에 나서기로 했다. 이 밖에 ESG 분야에서는 네이버 플랫폼에서 성장한 우수 셀러의 오프라인 판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슈퍼 등 롯데 유통군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지난 3월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는 5월부터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을 거주지나 생활 반경 인근의 오프라인 점포에서 1시간 이내에 배달해 주는 지금배달 서비스도 여러 유통사와 협업해 전개하고 있다. GS25와 GS더프레시, CU,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대표 기업들이 이곳 플랫폼에 입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다수 유통사의 전방위 협력을 상품 검색부터 주문, 배송에 이르기까지 유통 전 과정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 쿠팡에 필적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쿠팡처럼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대신 제조사 상품을 다양하게 취급하는 유통채널과 협업하면 유통 과정에 소요되는 물류나 보관 비용을 절약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플랫폼 운영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며 "온·오프라인 유통 기업들도 국내 최대 수준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 이용자를 기반으로 고객 풀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해 협업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네이버는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을 비롯해 CJ대한통운 등 10개 사가 참여하는 물류 연합체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도 구축해 '네이버배송'(N배송)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페이먼트(네이버페이) 사업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결제가 많이 발생하는 유통채널과 협업을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운영 중인 네이버페이는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서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등과 함께 '네카토'로 불리며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3사로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순위로는 네이버페이가 1조6473억원으로 1위였고 토스페이 8196억원, 카카오페이 7662억원 순이었다.
당초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쇼핑, 네이버웹툰 등 네이버의 자체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거래를 중심으로 간편결제를 지원했으나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외부 제휴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결제액 72조1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외부 결제 비중도 5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은 2016년 약 2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350조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온라인 쇼핑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쿠폰을 지급하거나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주고,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며 "거래액이 훨씬 많은 오프라인 쇼핑 시장은 이들 사업자에게 성장 잠재력이 큰 영역"이라고 짚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연간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오프라인 유통업을 망라한 전체 소매판매액은 약 638조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2조원으로 오프라인 시장 거래액이 2.5배 이상 많았다.
e커머스와 오프라인 기업들이 쿠팡의 긴 독주 체제를 손놓고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해 연합 작전까지 꺼내 들었으나,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지난달 종합몰앱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421만7000여명으로 압도적인 1위였다. 2위는 중국계 쇼핑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로 이용자 수는 920만명이었다. 이어 테무(812만2000여명), 11번가(796만3000여명), G마켓(667만9000여명), 네이버플러스 스토어(431만2000여명) 등의 순이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와우 멤버십을 통해 쿠팡이 선점한 고객층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쿠팡처럼 적자를 감수하고 오랜 시간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거나 프리미엄을 지향해 객단가를 높이는 등의 전략이 필요했다"며 "이 부분에서 경쟁사들의 대처가 늦어 시장 판도를 뒤집을만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1위 사업자가 명확한 상황에서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과 유통사들이 가진 장점을 살리는 전략이 (쿠팡과) 1대 1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유통 각 단계마다 소요되는 비용과 노력을 감축하기 위해 필요에 의한 합종연횡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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