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지역(강남3구·용산구 등) 내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상한을 40%로 낮추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소득은 높지만 자산이 부족한 이른바 '고소득 흙수저' 계층이 주택 구매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제약을 받게 된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현금 동원력이 큰 자산가들은 매입에 유리해 자산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8일 금융위원회의 '대출 수요 추가 관리 방안'에 따르면 규제지역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LTV가 현행 50%에서 40%로 강화됐다. 비규제지역은 종전대로 70%를 유지한다. 여기에 앞서 6·27 대출규제를 통해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사실상 서울 아파트 매수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지난 4월 기준 13억5543만원)을 적용하면, 대출은 최대 6억원까지만 가능하다. 기존 50% LTV 기준에서는 약 7억5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했지만, 이번 규제로 마련해야 할 현금은 8억13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특정 계층에 더 불리하게 작용해 부동산 불평등을 키운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저소득층 대상 정책금융 정책의 거시경제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50% 가구의 LTV 한도를 기존 70%에서 40%로 낮출 경우, 주택 자가보유율이 9.93%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주택자산 지니계수는 16.37%포인트 급등하며 불평등이 더 악화했다.
보고서는 "고소득층 LTV 규제를 강화하면 가계부채는 효과적으로 억제되지만, 소득은 높으나 자산이 부족한 가구의 주택시장 진입을 차단해 자가보유율이 급락하고 주택자산 불평등이 오히려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가 소위 현금부자인 고자산가들만 주택을 구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주택자산 분포의 불평등도를 오히려 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LTV 규제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집단은 소득은 높지만, 아직 자산 축적이 충분하지 않은 '고소득·저자산' 가구로, 주택 구매에 필요한 충분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주택시장에서 배제된다"며 "결국 LTV 규제는 주택 시장의 참여자를 '소득 창출 능력'이 아닌 '기존 보유 자산'을 기준으로 재편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부작용은 전·월세 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번에 규제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신규 주택 매입을 통해 임대 공급을 늘려왔는데, 이들의 대출이 막히면 장기적으로 전·월세 공급이 위축되고, 이에 따라 전·월세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