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반도체 'K바이오' 육성에 팔 걷은 李대통령…"심사기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 (종합)

"규제 방식 변경이나 규제 완화 합리화 각별한 관심"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 약속
바이오업계 관계자들, 규제 합리화 한 목소리…투자 생태계 개선 필요성도 제기
정은경 장관, 심사기간 4개월 단축 방안 내놓기도

이재명 대통령이 K바이오를 반도체와 같은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 대통령은 바이오산업 관계자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심사 기간을 전 세계에서 획기적으로 짧게 줄여볼 생각이다", "규제 방식 변경이나 규제 완화 합리화는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과감히 해지하고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바이오기업 대표들과 연구자들이 내놓은 제언에 대해서는 동행한 장관과 참모들에게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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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 대통령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바이오기업, 투자사, 관련 협회·단체, 학계 등 전문가 130여명과 'K바이오, 혁신에 속도를 더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바이오산업은 대한민국 미래 산업 중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며 'A(AI)·B(바이오)·C(콘텐츠), D(방위·항공우주), E(에너지), F(제조업)' 등 대선 과정 미래 산업 키워드로 제시했던 키워드를 다시 한번 꺼내 들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바이오산업 종사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연구개발 과정에서 인증 절차를 신속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에 대해 주로 말씀하실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접근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어 이어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에는 심사에 AI를 활용하고 심사 인력을 대폭 늘려 심사 기간을 약 4개월 단축(406일→295일)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 장관은 "앞으로 5년 동안 바이오 5대 강국 도약이라는 비전에 따라 수출 2배, 블록버스터 신약 3개, 글로벌 임상시험 3위 등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선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바이오 연구개발(R&D), 자금조달 및 투자, 사업화 등 과정에서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영필 알테오젠 부사장은 "글로벌 수준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도 약사법 때문에 우수 의약품 제조와 품질관리 기준 생산을 할 수 없다"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보급률이 낮고 보급 속도도 느리다. 의사들이 활발하게 쓸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바이오시밀러 문제는 비공식적인 논쟁거리"라며 "환자들은 모르는데 의사들이 비싼 오리지널 약을 쓰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종의 부조리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생의료와 유전자치료제 임상은 늘었지만 시장 진입은 막혀 있다"고 지적했고, 강지훈 온코크로스 대표는 "AI 신약개발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규제로 활용이 어렵다. 데이터 공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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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는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는 매출이 없다. 정부나 민간에서 투자해야 한다"면서 "임상 1,2,3상까지 필요한 돈은 500억원에 달한다. 이들 회사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미국과 중국은 복수의 거래소가 경쟁해 기업의 선택권이 다양한 반면 한국은 기업공개(IPO)부터 감시까지 한 곳에서 하는 구조적 한계로 시장 발전의 속도가 더디다"고 꼬집었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예정보다 긴 시간 진행된 이 날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여러분 말씀을 잘 기억하겠다. 내부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오늘이 끝이 아니라 의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내주시기를 바란다.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보내도 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이 대통령의 22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계양을)가 있었던 인천이라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인천은 정말 특별한 도시"라며 "제가 3년 남짓 산 것 같은데, 정말 모든 것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위대한 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바이오산업도 인천과 특별한 연관이 있어 보이지 않았음에도 여러분의 노력으로 이제는 바이오산업의 성지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애정을 표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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