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유통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가품 대다수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한 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은 광저우와 푸젠, 장쑤, 상하이, 산둥 등 주요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에서 대규모 짝퉁 생산 클러스터가 조성됐다. 글로벌 브랜드가 주문자부착위탁생산(OEM)을 맡긴 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만든 중국산 가품은 현지 도소매단지에서 관광상품으로 팔려나가며, 세계 각국으로 밀수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직접구매(직구)도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올해 들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에서 에르메스 버킨백 등 명품 제품의 원가가 폭로된 이후 중국 틱톡을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에선 중국산 가품이 'OEM 진품'으로 둔갑해 버젓이 판매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9일 관세청이 발간한 '2024 지식재산권 침해단속 연간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위조품 중 94.4%는 중국에서 들어왔다. 이어 3.2%는 베트남, 1.7%는 홍콩, 0.4%는 호주, 0.1%는 태국 등의 순이었다. 나머지 0.2%는 대만과 필리핀, 싱가포르 등을 통해 유입됐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짝퉁의 본산'이란 악명을 반세기 가까이 유지 중이다. 중국의 가품 생산은 명품 가방과 패션에 그치지 않는다. 화장품과 식음료,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 및 부품까지 베끼고 있다.
이같은 가품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된다. 우선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품을 국내로 밀수입한 판매자들이 경기도 외곽의 대형 유통·보관 창고를 마련하고 남대문과 동대문 등 오프라인에서 암암리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온라인 시장은 '짝퉁의 온상지'다. 지난해 특허청 상표 경찰은 상표법 위반으로 307명을 형사입건했는데, 이 중 75%(233명)가 온라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압수된 17만6273건의 물품 중 84%(14만9719점)가 온라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허청이 지난해 온라인에서 차단한 위조상품은 총 27만2948건으로 2020년(13만7382건)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품은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국내외 e커머스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를 통해 직접구매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들은 병행수입을 주장하며 정품 가격의 20% 이하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테무에서는 골프웨어 '타이틀리스트'의 로고를 딴 모자가 판매됐는데, 해당 제품은 정품 로고의 일부분을 지우고 로고의 특징적인 부분만을 살려 교묘하게 정품을 따라 했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5071원. 정품(5만6700원) 판매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쿠팡에서 판매된 '에스트라 아토베리어 365 크림'. 정품(왼쪽)과 다르게 제품에 스티커를 붙여 눈에 띄게 다른 모습이다. 해당 제품은 판매 중지된 상태다. 쿠팡 내 상품 리뷰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쿠팡에서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가품이 판매됐는데 중국인 판매자(천위위무역 유한회사 등)가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에스트라'의 '아토베리어 365 크림'을 모방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해당 제품은 뚜껑모양을 바꾸는 등 제품과 미세하게 차이를 둬 짝퉁임을 바로 알아보기 어려웠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에이피알 또한 최근 메디큐브 브랜드의 위조제품과 관련해 소비자 피해가 늘면서 공식몰을 통해 관련 공지사항을 게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쇼츠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145%의 관세 부과 방침을 공개한 뒤, 중국 인플루언서들은 틱톡을 통해 중국에서 생산되는 명품 브랜드의 원가를 폭로했다.
당시 3만8000달러(약 5417만원)에 판매되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의 제조가격은 1400달러(약 190만원)이었다. 또 120달러 짜리 룰루레몬 레깅스의 경우 5달러(7000원)에 그쳤다. 중국 인플루언서는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등 상당수의 명품 브랜드가 중국에서 저가로 제조한 뒤 브랜드값으로 인해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웹사이트 주소와 연락처를 함께 공개하며 직접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380만원 정도인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 가방의 원가가 8만원에 불과한 사실이 중국인 불법 이민자 노동착취 관련한 이탈리아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나면서 이같은 원가 폭로는 설득력을 얻었다. 이 때문에 동영상 SNS 플랫폼을 통한 가품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내 가품 판매자들도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라이브생방송(라방)'을 통해 가품을 판매하는데, 10명 이상이 제조와 밀반입, 라이브 판매, 배송 등 분업화한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라방 채널을 개설한 뒤 폭파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며, 이 중 일부가 특사경에 적발돼도 판매에는 지장이 없는 구조로 알려졌다.
<짝퉁의 공습 4편으로 이어집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