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언급이 사라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이에 대해 보도했다. 2025.9.5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5일 외교부 당국자는 북중 정상회담 결과문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빠진 데 대해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로서, 우리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중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중측의 건설적 역할을 지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중 회담은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전날 중국이 공개한 회담 결과문에는 '한반도 비핵화'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과거 1~4차 방중에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피력하고, 시 주석이 이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던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의 핵을 용인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 정상회담에서 '국제 정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관계 불변'을 강조한 점은 북한이 핵 보유를 고수할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심 이익'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을 '한반도 3원칙'으로 내세웠다.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한반도 3원칙 중 하나인) 비핵화 원칙을 수정해 사실상 잠정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 정당성을 지지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최근 한미의 핵협의그룹(NCG), 한미동맹 현대화, 한·미·일 안보협력 등 대중국 압박 강도가 커지면서 중국도 북한에 대한 핵 보유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방식으로 한미를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반도 3원칙 수정이나 변경이 가져올 파급력을 고려할 때, 당분간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한미의 태도를 보며 외교적 레버리지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최근 대통령 특사단 방중 시 등 여러 계기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지속 확인해 왔다"고 말했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북한·중국 관계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 후 전용열차로 베이징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2025.9.5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역대 5번째 방중 일정을 마치고 전날 밤 10시께(현지시간) 평양으로 돌아갔다. 이동을 제외한 베이징 순수 체류 시간만 약 54시간으로 역대 가장 길었던 일정이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이틀 이상 숙박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5차 방중은 여러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먼저 66년 만에 '북·중·러' 정상이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오른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한·미·일에 맞서는 이른바 '반미(反美) 연대'의 최전선에서 북한의 전략적 위상을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된 공식 '핵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열병식 행사 내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편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왼편엔 김 위원장이 자리를 지켰다. 핵 보유국들과 북한이 나란히 선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줘, 본인들도 핵 보유국으로서의 이미지 강화를 노린 셈이다. 추후 전개될 대미협상을 염두에 두고 '협상의 조건'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