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이 다시 한번 불거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악화설이 급속히 퍼졌고, 심지어 사망설까지 등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손녀와 골프를 치는 모습을 공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자 공개한 골프장 방문 사진. 손녀인 카이 트럼프와 골프장에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번 건강 이상설의 발단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3일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평소 휴일에도 일정을 만들어 기자들을 부르고 발언하기를 좋아하며, SNS를 쉬지 않고 활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다. 이 기간 동안 공개 일정도 없었고, 기자회견이나 공개 발언은 물론 SNS 활동도 전혀 없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28일 JD 밴스 부통령의 발언이었다. 밴스 부통령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하다"고 밝힌 뒤 "만일의 사태가 벌어져도 대통령직은 자신이 맡아서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발언이었지만, SNS상에서는 여러 부정적인 추측을 낳았다.
이러한 우연들이 겹치면서 SNS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사망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손녀와 골프를 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루머는 진정됐지만, 78세의 고령으로 미국 대통령 사상 최고령 2기 집권을 하게 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건강 우려는 1기 때보다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의 오른손 모습. 손등에 멍으로 보이는 검푸른 자국이 포착됐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지속되는 또 다른 이유는 외관상 드러나는 건강 징후들 때문이다. 특히 지난번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악수할 때 포착된 손등의 검은 멍이 큰 화제가 됐다. 이는 한두 번 노출된 것이 아니어서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함께 최근 골프장에서 다리가 붓는 모습이나 걷다가 비틀거리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포착되면서 건강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러한 루머를 잠재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밀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등 멍을 비롯한 여러 건강상 문제들이 '만성정맥부전증'이라는 질환 때문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오래 서서 일하는 직업군에서 흔히 나타나는 하지정맥류와 같은 계열의 질병으로, 미국에서는 60대 이상 노인의 약 30%가 앓고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측은 이 질환이 대통령 직무 수행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나이와 함께 만약 이 질환이 동맥질환이나 다른 합병증으로 발전할 경우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 우려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극도로 불건전한 식생활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이어트 콜라를 물처럼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며, 한끼에 햄버거를 4-5개씩 먹는다. 여기에 케첩을 잔뜩 뿌린 스테이크, 초콜릿 셰이크 1리터, 후식으로 감자칩 3-4봉지까지 섭취하는 고열량 식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당뇨나 고혈압 등의 합병증 우려를 낳고 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사망설까지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언론 통제 강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다른 정부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통제가 강화되면서 뉴스 소스나 팩트 체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루머가 확산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통제뿐만 아니라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직접 뉴스를 생산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SNS 활동이 중단되면 즉시 루머가 생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권위주의 국가 독재자들의 신병 관련 루머가 자주 퍼지는 주된 이유도 언론 통제와 루머 확인의 어려움 때문이다. 사망설이 돈 지도자들을 살펴보면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대부분 독재 체제 국가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1기 집권 시절부터 건강 이상설이 많이 돌았으며, 특히 2020년 코로나19 감염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는 사망설이 엄청나게 퍼졌었다.
한편 이번 건강 이상설 확산에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펼쳤던 공세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 올라가다 넘어지거나 휘청거리는 모습, 코로나19 감염으로 일주일간 격리 치료를 받을 때도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을 퍼뜨리며 정치적 공세를 펼쳤다.
이제 민주당 측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세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결국 당시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측이 펼쳤던 공세가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한 정상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만약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제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부통령이 남은 임기를 대행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트럼프라는 인물을 대체할 수 있는 정치인이 과연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행정부 수장이 아니라 공화당의 얼굴 그 자체가 된 인물이다. 지지율이 최근 40%대까지 떨어졌다고 하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통해 각국으로부터 받아낸 많은 양보들이 대부분 문서화되지 않은 정상 간 합의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성과가 정상회담을 통한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지도자라면 상황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다른 동맹국들이 새로운 지도자의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과 같은 굵직한 외교 문제들도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이나 개인적 외교 채널을 통해 휴전 테이블이 만들어진 상황이다. 만약 갑자기 미국의 지도자가 바뀐다면 새로운 인물이 이런 복잡한 국제 정세를 컨트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적으로 벌려놓은 판이 워낙 큰 데다가, 그의 독특한 개성과 협상 스타일로 이뤄진 성과들이 많아 대체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단순한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정세에 미칠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할 사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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