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중국 정부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DF)-5C'를 비롯한 신무기들을 대거 공개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특히 전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는 DF-5C는 미국 본토까지 공격 가능한 무기로 평가받아 더 주목을 끌었다. 더구나 이번 무기 공개는 미국 정부가 본토 방어를 위한 '골든돔(Golden Dome)' 프로젝트의 구체화 방안이 나오는 시점에서 이뤄져 미국에 대한 도발적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중국의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DF)-5C 미사일이 공개된 모습. 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DF-5C는 사거리 2만㎞ 이상에 달하는 ICBM인데다 다탄두 미사일이라는 특성까지 가지고 있어 미국 및 서방을 자극하는 무기로 불린다. 다탄두 미사일은 지구 대기권을 통과할 때까지는 하나의 본체로 날아가다가 대기권을 통과한 후 재진입할 때 여러 개의 탄두로 분리되어 각각 다른 표적을 향해 공격하는 무기다. DF-5C는 10개의 핵탄두가 동시에 분리돼 서로 다른 표적을 향해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권 재진입 이후에는 마하 19에서 25, 즉 음속의 20배 이상의 속도로 목표를 타격하기 때문에 마하 7~9 정도 속도인 요격미사일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10개의 탄두가 한꺼번에 떨어지면 아무리 뛰어난 미사일 방공망을 보유한 국가라도 모든 투하지역을 한꺼번에 방어하기는 어렵다. 유사시 수백발이 한꺼번에 발사될 경우에는 대륙 하나에 있는 대도시 상당수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결국 DF-5C는 한국과 미국 본토에 배치된 사드(THAAD)는 물론 현존하는 미사일 방공망 체계로는 요격이 힘들다는 것이다. 발사 전이나 대기권 통과 전까지 요격하지 못하면 사실상 막기가 매우 어렵다. 하나로 올라갈 때 요격하면 그나마 막을 수 있지만, 떨어질 때는 10개로 나뉘어 떨어지기 때문에 방어가 상당히 어려운 무기다.
중국이 이번 열병식에 DF-5C를 공개한 것은 미국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미국 본토 방어 미사일 시스템인 골든 돔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이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중국이 해당 미사일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골든돔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우주군 사령부를 기존 콜로라도주에서 앨라배마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일명 '항공모함 킬러'라 불리는 대함 극초음속 미사일 잉지(YJ)-21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번 열병식에서는 DF-5C 외에도 중국이 자랑하는 여러 신무기들이 등장했다. 특히 미국 항공모함을 겨냥한 일명 '항모 킬러'라고 불리는 대함 극초음속 미사일 '잉지(YJ)-21'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무기는 원거리에서 미국의 전함이나 항공모함 등을 타격하는 데 특화된 무기로 알려져 있다. 이와함께 미국의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고 해서 '괌 킬러'라고 불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DF)-26D'도 이번 열병식에 등장했다.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중국판 사드(THAAD)라 불리는 HQ-29 요격미사일의 모습. 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중국판 사드(THAAD) 시스템이라 불리는 대공방어 미사일 'HQ-29'도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와함께 각종 공중전 무기도 다수 소개됐다. 특히 스텔스 기능과 AI 기능이 함께 탑재되어 공중에서 능동적으로 공격이 가능한 첨단 드론 '헤이홍-97'이 신무기로 등장했다. 이런 무인 전투기용 드론은 유인 전투기의 양옆에 배치되어 전투기 조종사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으며, 보통 '윙맨 전투기'라고 불린다.
중국은 이를 미국보다 먼저 실전 배치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에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반적으로 이번 열병식에 나온 무기들은 중국의 무력이 미국에 뒤지지 않으며,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나 국제 충돌이 발생해도 얼마든지 반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행사에서 신무기 공개만큼 주목받은 것은 66년 만에 북중러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남만 망루에 나란히 올라선 모습은 1959년 이후 처음 나온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이 세 정상의 결속력이 그렇게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북한에 계속 접근하면서 그 틈을 벌리려 노력해왔다. 실제로 트럼프는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회담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다.
하지만 세 정상이 반미라는 키워드 아래 나란히 한 줄로 서 있는 모습이 전세계에 중계되면서 이는 대단히 상징적인 제스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세 정상의 연대를 무너뜨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반미라는 깃발 아래서는 이 세 나라가 뭉칠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천명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에 나름의 섭섭함을 담은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미국에 대항할 공모들을 열심히 하시고,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는 식의 비꼬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겉으로는 의연한 듯한 메시지를 냈지만, 결국 이 세 지도자의 연대가 그렇게 보기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그동안 대중국 봉쇄를 위해 러시아와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확대하고 연대를 막으려 한 전략에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셈이 됐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처럼 회담에 목을 매는 모습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나라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중국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는 양국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결속력을 과시한 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북미 회담이나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번 세 나라의 연대 공조 강화 모습은 중국이 반미 연대의 선봉장으로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은 전승절 연설에서 "오늘날의 인류는 평화냐 전쟁이냐, 상생이냐 제로섬이냐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결국 미국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반미 연대에 설 것이냐 선택하라는 강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미중 양국과의 관계가 모두 중요한 한국 같은 나라들에게는 굉장한 압력을 주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평화와 공존은 자신들 쪽이니 이쪽에 확실히 줄을 서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전쟁과 최근 이란 핵시설 공격 등을 부각시켜 미국을 폭력적인 나라로 규정하고, 연대해서 미국에 맞서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북중러 연대 강화는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에서 한미일 공조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다가올 수 있어 한국에게는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미국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동맹 현대화 같은 여러 협상들이 놓여 있는 상황에서, 미국 측에서 협상에 더 속도를 내자는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난이도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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