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버핏의 아픈 손가락 '크래프트 하인즈'…다시 쪼개지는 이유[기업&이슈]

실적부진 속 인적분할…효과 미지수
핵심제품 매출부진에 "본업에 집중"
건강식 트렌드와 동떨어져…"변화 필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크레프트 하인즈 본사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크레프트 하인즈 본사의 모습. 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합병 10년 만에 재분할을 선언했다. 분할을 계기로 핵심 제품인 소스와 저장식 부문에 집중해 실적을 회복한다는 계획이지만, 워런 버핏을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은 반대하고 있다. 투자업계도 분할이 중장기적인 대책이 되진 못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건강 트렌드에 발맞춰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지 않고서는 실적 부진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크래프트 하인즈, 합병 10년만 재분할…"문제 해결 안 돼"
워런버핏의 아픈 손가락 '크래프트 하인즈'…다시 쪼개지는 이유[기업&이슈] 원본보기 아이콘

미국 나스닥 거래소에서 4일(현지시간) 크래프트 하인즈의 주가는 26.96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30.77달러 대비 12.38% 하락한 수준이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나스닥 지수가 12.58%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올해 2분기 80억달러(약 11조1528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이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 경영진이 발표한 인적 분할 계획도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지난 2일 사업 효율화를 위해 사업 부문을 2개 상장법인으로 분할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분할계획에 따라 크래프트 하인즈는 기존 주력제품인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하인즈 케첩 등 소스 등에 집중하는 법인과 북미지역 육가공 사업에 집중하는 법인으로 분리될 예정이다.

2015년 크래프트와 하인즈의 합병을 주도했던 최대주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재분할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버핏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분할 자체가 가치를 창출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비용만 유발할 것"이라며 "회사를 분리해 케첩 맛을 좋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버핏 회장은 2015년 미국 사모펀드 3G캐피털과 함께 크래프트와 하인즈를 합병한 이후 현재 지분 2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남아있다.

케첩·크림치즈 등 핵심제품 매출 감소 지속…"본업에 집중할 것"
크래프트 하인즈 홈페이지

크래프트 하인즈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

크래프트 하인즈 경영진은 기업 재분할을 통해 주력제품의 품질이 더 좋아지면 매출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동안 한 회사에서 200여개에 이르는 식품 브랜드들을 운영하다보니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 매출 부진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구엘 파트리시오 크래프트 하인즈 이사회 의장은 분할계획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크래프트 하인즈의 각 브랜드는 구조적으로 너무 복잡하고 사업부문이 전 세계로 흩어져있어 효과적인 자본 배분과 사업 우선순위 설정, 유망한 분야에서의 사업확장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두개의 회사로 분리하면 각 브랜드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제품 품질 격상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매출은 지난해 258억5000만달러(약 36조원)로 전년동기대비 2.98% 하락한데 이어 올해도 부진하다.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4% 감소한 60억달러, 2분기 매출도 1.9% 줄어든 63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올해 전체 매출 전망도 지난해보다 3.3%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TD코웬의 로버트 모스코우 애널리스트는 "식품업계는 다각화 전략보다 특정 브랜드에 집중하는 게 장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다시 회사를 둘로 분할하면 유통이나 제휴사 정리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 위험은 넘겼지만…"식품 트렌드 변화에 보다 민감해야"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전문가들은 크래프트 하인즈가 매출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을 둘로 쪼개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취향과 트렌드부터 따라가야한다고 조언한다. 다이어트와 건강식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크래프트 하인즈의 기존 제품들은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피터 갈보 애널리스트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급격히 변화한 소비자 취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주력제품인 조미료 소스, 가공치즈, 가공육 제품들은 건강식과 유기농 제품을 찾으며 비만치료제로 살을 빼려는 고객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건당국의 압력도 부담요인 중 하나다.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올해 취임 직후 "인공색소는 영양 가치가 없으며 아동 건강에 해를 끼친다"며 가공식품 업체들에 2027년까지 인공색소를 제품에서 모두 퇴출하라고 지시했다. 크래프트 하인즈도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2027년까지 모든 브랜드에서 인공색소를 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