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한국으로 파병 온 미군 병사와 한국인 커플의 모습이 공개돼 전 세계 누리꾼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최근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국 토픽 게시판에는 '1952~1953년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버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다. 글을 게재한 A씨는 "할머니는 북한 출신이었고, 전쟁 중 고향이 폭격을 당해 월남한 후 할아버지가 있는 군부대의 간호사로 취직했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다.
올라온 흑백 사진은 군복을 입은 미국인 남성과 한복 차림의 여성이다. 남성은 아들로 보이는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있다. 남성의 외투에는 미 육군 제8군 마크가 부착됐다. 제8군은 6·25 전쟁 당시 인천 상륙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바 있으며, 지금도 상당수 예하 부대가 주한미군으로 주둔해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남성이 면도 크림을 턱에 묻힌 채 활짝 웃는 모습, 돌잔치 때 아들을 바라보며 웃는 여성의 모습, 여성이 장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하는 모습 등이 보인다. 사격 중인 여성 뒤에서 얼굴을 찡그린 채 귀를 막고 있는 소년에 대해 A씨는 "우리 아버지"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A씨에 따르면 사진 촬영 당시 할머니는 20세, 할아버지는 26세였다고 한다. 6·25 전쟁이 끝난 뒤 A씨의 할머니는 남편을 따라 독일로 근무지를 옮겼다가 1960년대에 다시 남한으로 귀국했으며, A씨가 태어날 무렵에는 미국 워싱턴주에 거주했다. 그는 2004년 노환으로 눈을 감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끝까지 서로를 사랑하셨다. 할머니가 무엇을 부탁하든 할아버지는 늘 들어주셨다"며 "할머니는 사랑으로 손주들을 돌보셨고, 미역국을 손수 끓이거나 포도 껍질을 까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3일(한국시간) 현재 해당 게시글은 레딧에서 삭제된 상태다. A씨는 글을 지운 이유에 대해 "저는 수줍음이 많고 사생활을 중시하는 편인데 이 글이 인기를 끌 줄 몰랐다. 솔직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토로하면서도 "조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이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멋진 가족이다.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내가 본 커플 중 가장 아름답다", "그 격동의 시대에,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 사이 사랑이 싹텄다는 게 감동적이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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