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윗집의 반복되는 누수로 아랫집이 피해를 봤다면 재산상 손해 배상은 물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주지법 민사9단독(이유진 부장판사)은 전북 전주시의 한 아파트 아랫집 주인 A씨가 윗집 주인인 B씨 가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B씨 가족이 A씨에게 1598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A씨 위층에 거주하고 있던 B씨의 집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네 차례 누수 사고가 났다. 지난 2016년 해당 아파트로 이사한 A씨는 2018년 11월 주방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윗집에 누수 사실을 알렸다. B씨 가족은 누수 책임을 인정하면서 A씨에게 "곰팡이가 핀 벽지를 교체하라"면서 20만원을 줬다.
이로부터 약 2년이 지난 2020년 8월 이전보다 더 큰 누수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A씨의 집 주방 싱크대와 벽걸이 시계, 몰딩 등이 떨어지고 곰팡이가 다시 도졌다. B씨 가족은 아랫집의 피해를 확인하고, A씨에게 수리 비용으로 550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B씨에게 받은 비용 등을 더해 2020년 10월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하지만 누수는 반복됐다. 2021년 6월 또다시 위층에서 물이 쏟아졌으나, A씨는 아파트에 애정을 갖고 다시 한번 리모델링을 했다.
하지만 세 번의 누수 사고 뒤에도 같은 해 10월 대규모 누수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주방뿐만이 아니라 거실, 안방, 작은방, 화장실, 신발장, 발코니 등 집 대부분에 물이 흘러내려 천장에 구멍이 나고 벽이 부스러지는 등 집 전체가 엉망이 됐다.
결국 A씨는 누수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윗집의 B씨 가족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행위로 인해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재산적 손해배상으로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례처럼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 봐서 그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피고가 누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아 원고가 인테리어 공사를 한 지 약 두 달 만에 누수가 발생, 천장에 구멍까지 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 또한 이러한 피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므로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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