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을 거점으로 전략광물 공급과 자원순환 사업을 확대하면서 '탈중국 공급망' 구축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등을 통해 전자폐기물(E-웨이스트), 구리 스크랩, 폐태양광 패널 등 폐자원을 수거해 국내에서 전략 광물과 기초 금속 생산을 확대하는 자원순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회사는 이를 통해 기초 금속은 물론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 희소 전략광물 생산량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과거 블롬버그와 인터뷰에서 "산업 폐기물이 꾸준히 발생하는 미국은 도시광산 사업을 전개하기에 최적지"라며 2028년까지 구리 생산량을 5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25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고려아연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체결식에는 최 회장과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이 참석했다. 고려아연은 록히드마틴과 MOU 체결에 맞춰 울산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생산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2027년 시운전을 거쳐 2028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게르마늄 메탈 약 10t)을 생산할 계획이다.
게르마늄은 반도체와 광통신 등에 쓰이는 첨단 핵심 소재다. 중국의 경우는 2023년 갈륨과 함께 첫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최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방미한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6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미국은 안티모니 수입의 60%를 중국에 의존해왔다. 이 광물은 반도체, 방산품, 난연제,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고려아연은 이 광물에 대한 대미 수출량을 올해 100t 이상, 내년에는 연간 240t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 등 경제 우방들이 탈중국 자원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역할 또한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용 황산을 포함해 국내 최대 황산 생산업체이기도 하다. 회사 측은 "자원순환 사업과 구리 증산 계획 역시 핵심광물 안정 공급망 구축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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