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개장 3년만에 '자본잠식'…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의 굴욕

작년 부채총계 -1004억원…순손실 1350억
2022년 개장 후 적자 누적
입지 약점·성인용 놀이기구 부족 등 한계
신규 어트랙션 도입·마케팅 강화 전략 승부수
수익개선 의지…임시대표 체제, 반등 여부 주목

강원 춘천시에서 테마파크와 호텔을 운영하는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레고랜드)가 지속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개장 3년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수도권과 동떨어진 지리적 약점과 영유아에 치중된 부족한 놀이시설 등이 한계로 꼽혀 방문객 수가 기대에 못 미친 영향이 크다.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로 관심을 모았지만, 일명 '레고랜드 사태'로 불린 강원도발(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 사건에 거론된 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레고랜드는 추가 시설 투자로 방문객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입장이지만, 갈수록 방문객이 줄면서 실적이 악화 중이어서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4일 레고랜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회사의 자본총계는 -100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났다. 미처리결손금이 1915억원에 달하면서 자본금 905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1350억원에 전년 미처리결손금 565억원이 반영됐다.



2022년 5월 레고랜드 개장에 맞춰 레고랜드 코리아 관계자들이 테마파크를 방문한 고객들을 위한 환영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레고랜드 제공

2022년 5월 레고랜드 개장에 맞춰 레고랜드 코리아 관계자들이 테마파크를 방문한 고객들을 위한 환영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레고랜드 제공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레고랜드는 2022년 5월 춘천 의암호 한가운데 섬인 하중도(중도)에 28만㎡(약 8만5000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전 세계 10번째 레고랜드로 당시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우리나라가 유치한 첫 번째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점에서 성공 여부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개장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매출은 첫해 622억원에서 이듬해 494억원, 지난해에는 380억으로 계속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60억원, 200억원, 197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당기순손실도 111억원, 289억원을 넘어 1000억원대로 불어났다.

레고랜드 사업비는 총 3000억원 규모로 멀린사에서 2200억원을 대고, 리조트 내 놀이시설 등의 동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800억원 규모의 파크자산을 레고랜드 코리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매각한 뒤 즉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레고랜드 매출이 연간 400억원을 넘으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임대수익의 3%를 배당금으로 받는 협약을 체결했다. 또 강원도는 레고랜드 부지를 2072년 5월4일까지 무상임대하고, 추후 50년 범위에서 재임대 여부를 협의하도록 했다.


개장 당시 레고랜드 측이 내세운 방문객 목표치는 연간 200만명이다. 하지만 실제 방문객은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레고랜드 연간 입장객 수는 2022년 5월 개장 이후 그해 12월까지 65만3991명, 2023년 63만2871명, 2024년 49만4618명으로 감소 추세다.


다만 레고랜드 측은 글로벌 운영사의 방침이라며 개장 후 1년간 100만명이 다녀갔다고 발표한 것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방문객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레고랜드의 영업 부진은 2022년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의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계획을 언급하면서 촉발된 부동산 PF 문제가 '레고랜드 사태'로 집중 조명되면서 테마파크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몫을 했다.


또 서울과 떨어진 불리한 입지와 성인을 아우를 만한 어트랙션(놀이기구)이 부족하고 장마나 무더위, 동절기 운영에 제약이 있는 야외시설이라는 점에서 테마파크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방문객이 남긴 후기에는 "수도권에서도 가깝지 않아 하루 코스로 다녀오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가격에 비해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 등의 평가가 적지 않다.


레고랜드, 개장 3년만에 '자본잠식'…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의 굴욕

레고랜드가 당장 국내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협약에 따르면 멀린사가 레고랜드 개장 이후 5년 안에 상업적 운영을 중단하는 경우,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매수한 리조트 내 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재매입할 것을 레고랜드 측에 요구할 수 있다.


레고랜드 측은 "계속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 콘텐츠 다양화, 입장권 판매채널 확대, 대외 마케팅 등을 통한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월별, 분기별 실적관리와 비용구조 개선을 통해 영업 손익의 개선을 추진하고, 추가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4월에는 200억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닌자고 테마 롤러코스터 '스핀짓주 마스터'를 도입했고, 사계절 온수풀과 여름시즌(8월2일~9월7일) 무제한 입장이 가능한 자유 입장권 '서머 패스' 등을 운영하며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멀린사가 인수한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이성호 대표가 레고랜드 대표직을 겸임하면서 새판짜기를 준비 중이다.


레고랜드 관계자는 "테마파크는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특성이 있고, 앞서 문을 연 해외 레고랜드도 개장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놀이기구와 이벤트 등을 도입한 효과로 방문객 수나 매출 등의 지표가 올해 들어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춘천의 랜드마크를 목표로 2027년까지 테마파크와 호텔에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개장 초기 약속을 계획대로 이행하면서 수익성 개선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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