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미 UC버클리대 경제학 명예교수)이 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미국이 자유주의 무역 질서에 반기를 들며 관세 장벽을 두텁게 쌓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 외 국가들의 협력 의지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행보가 우려를 키우고 있지만 긴밀한 다자주의 교역 체제를 구축할 경우 유럽과 아시아가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전망이다.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이런 내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옵스펠드 위원은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 명예교수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세계적인 경제 석학이다.
옵스펠드 위원은 이날 '무역 체제 변화와 금융 안정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각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며 자유 무역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이 결국에는 미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낳을 것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특히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옵스펠드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폐쇄적인) 정책이 달러의 강점을 저해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 분절화 위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외 국가들이) 자국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과 탈동조화하는 방법이 달러를 덜 쓰는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이 비달러 펀딩을 선호하고 있고 자산 보유에 있어서도 달러를 줄이려 한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가 줄어들 수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정치적으로 장려하는데 이게 일부 국가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달러 불안정성으로 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통합이 아니라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분절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 재정 체계가 약해지고 있고 재무성 부채가 압박을 가하게 될 수도 있다"며 "글로벌 충격이 있을 때 달러 자산이 더 이상 안전 자산이 아닐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폐쇄적인 행보를 지속하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자주의 헌신 의지를 다시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옵스펠드 위원은 "결국 다른 국가들이 얼마나 협력 의지가 있는가에 달렸다"며 "의지가 있는 국가들의 연합 체제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다자주의를 포기하고 있는데 국제금융기구만으로 이를 지탱할 수 있을지,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또 "(미국 외) 국가들이 단합이 안 될 경우 미국 권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부 소수 국가는 긴밀한 교역 체제를 미국 외 국가와 체결할 수 있다"며 "유럽과 아시아가 다자주의 협력을 통해 영향력을 키울 기회가 다분히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 혼자만 한쪽에 있다면 나머지 국가들이 단합해서 세계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며 "미국 행동이 압력을 가하고 있기에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 열린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공동 주최로 열렸다. '구조변화와 불확실성 환경에서의 금융안정성 강화와 회복력 제고'를 주제로 글로벌 금융 질서 변화와 국제 경제의 주요 도전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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