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고망간 배터리 연구개발(R&D) 항목을 처음으로 포함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망간의 비율을 높인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 개발에 정부 예산이 직접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국내 배터리 업계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산업부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하이망간리튬이온 이차전지 핵심 소재 및 셀 제조 기술 개발'을 명목으로 50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산업이 특정 소재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저가형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경쟁할 수 있는 저가형 배터리를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망간 배터리는 리튬과 망간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전지로 기존 하이니켈 계열과 LFP 배터리의 장점을 절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인 NCM(니켈·코발트·망간)에서 값비싼 니켈과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고, 저렴하고 자원 공급망도 안정적인 망간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리튬 회수율이 높아 재활용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다만 비교적 충전 속도가 느리고 수명이 짧다는 약점도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오랜 과제로 꼽혀 왔다.
고망간 배터리의 대표적인 양극재인 리튬망간리치(LMR)는 에너지 밀도를 올리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LFP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저가형 배터리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MR 양극재를 활용하면 LFP보다 약 33%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할 수 있어 더 큰 용량 구현이 가능하다.
국내 기업들도 고망간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은 지난 5월 LMR 양극재 개발을 완료했으며, 에코프로비엠 은 자체 개발한 LMR 양극재 제품 검증을 마쳤다.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합작사들도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 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2028년 미국 내에서 LMR 기반 각형 배터리 셀을 상업적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중국 배터리 사들이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는 LFP 배터리에 맞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배터리 기술에 대한 지원책이 나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LFP 배터리에 대항하면서도 저렴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원가 경쟁력이 있는 중저가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 적절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LFP는 이미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LMR 개발에 방점을 찍는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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