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공습]⑦SS급 잡아내는 피노키오랩 'AI'[인터뷰]

이성의 피노키오랩 대표 인터뷰
TIPA와 통관위조품 관리 플랫폼 개발

편집자주전 세계 짝퉁 시장 규모는 2000조원. 가짜 상품은 정교해지고, 유통은 더 대담해졌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가짜 상품에 침묵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K브랜드가 똑같이 복제 당하고 있다. 현지 브로커들에게 상표를 선점당해 시장 진입이 막히고, 막대한 소송비로 좌절하고 있다. 국경이 사라진 온라인 시장에서 단속과 모니터링 강화는 한계가 있다. 아시아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품 시장의 실태를 고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K브랜드'의 카피 상품을 막기 위한 대책을 모색했다.


"병행수입 사업을 하면서 가품 오해와 소비자들의 불신에 많이 시달렸습니다. 제대로 된 인증 시스템도 없어 이럴 바에는 직접 감정을 해야겠다는 생각했죠. 분석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미세한 차이까지 모두 잡아냅니다."


이성의 피노키오랩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위조품 감정 기술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피노키오랩은 통관과 유통 단계에서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지재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관세청 산하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함께 통관 위조품 관리 플랫폼(TIMS)을 운영하고 있다. TIMS는 플랫폼에서 세관과 브랜드사(권리자) 간 양방향 소통이 이뤄지도록 구현했다. 세관에서 의심되는 위조품이 발견되면 권리자에 실시간으로 통보되고 AI를 활용한 감정도 가능하다.

이성의 피노키오랩 대표가 TIMS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민지 기자.

이성의 피노키오랩 대표가 TIMS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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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S 플랫폼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18년이다.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퇴사한 이 대표는 병행수입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번번히 가품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품 입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일부 병행수입 사업자들의 가품 판매가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이 판매자를 믿고 제품을 구매하지 못했다"며 "2016년 미국에서 위조품을 식별하는 AI가 상용화된다는 기사를 보고 정품 인증을 할 수 있는 감정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2년부터 병행수입 업무를 하며 관계를 맺었던 권혁규 TIPA 본부장과 의기투합해 플랫폼 개발에 힘썼고, 2018년 11월 시범 운영에 나섰다.


TIMS의 핵심은 빠른 속도다. 통관 시스템은 1차로 엑스레이가 의심 화물을 적발하면 세관 직원이 상품을 개봉해 상표와 수량을 확인한 후 권리자에게 감정을 요청한다. 의심 화물을 받은 권리자는 이를 감정한 뒤 다시 세관으로 돌려보는데, 권리자에게 물건이 도착한 뒤부터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일주일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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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S는 이같은 시간을 대폭 줄였다. 플랫폼에 제품 사진을 올려 권리자들이 빠르게 감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결과 또한 플랫폼에서 빠르게 공유되도록 했다. 신속 통관이 필요한 세관의 부담을 줄인 것이다.


TIMS는 소량 화물이 급속도로 불어난 코로나19 시기 진가를 드러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소량 화물로 유입되는 위조품이었다. 해외직구가 활성화된 탓인데 TMS는 빠른 속도를 무기로 '문지기' 역할을 해냈다. 당시 세관과 권리자 간 통합된 플랫폼을 운영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난해 기준 위조품 적발 건수는 14만건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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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랩과 TIPA는 TIMS에 AI 감정 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다. 권리자가 직접 감정하지 않아도 확실한 위조품들은 AI가 선별할 수 있도록 해 통관 단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 대표는 "AI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디테일의 차이를 기계적으로 분석해낸다"며 "통관단계에서 검수해 정품 인증까지 가능하도록 구상 중이며 TIMS 플랫폼에 AI 검수 시스템이 연착률 할 수 있도록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피노키오랩은 유통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재권 침해 검사' 시스템에 AI 기술을 적용해 위조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그룹과 중국계 e커머스인 알리, 이마트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통사들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제품에 대해 AI가 위조품 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하고, 진품으로 판별될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해 디지털 검사증명서도 발급하고 있다.


이성의 대표는 위조품 근절을 위해 무엇보다 중소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이성의 대표는 위조품 근절을 위해 무엇보다 중소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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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랩은 분석형 AI를 통해 더 빠르고 정확도가 높은 선별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분석형 AI는 진품의 봉제선, 재질, 패턴, 로고 위치 등을 학습해 위조품에 대해 진품과 어느 부분에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게 판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피노키오랩이 구현한 AI는 1년 6개월 동안 글로벌 명품 브랜드 본사를 애를 먹이며 판별이 어려웠던 'SS급' 짝퉁 제품에 대해 단번에 미세한 차이를 파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AI 기술에 대한 글로벌 브랜드사의 문의도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온라인 시장을 통한 위조품 유입 규모가 커지고 해외 시장에서 가치가 높아진 K 브랜드(국내 소재의 브랜드)들이 많아지는 만큼 위조품을 시장 규모는 더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위조품을 온전히 근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도 "'문지기' 역할을 하는 통관 단계에서 위조품이 국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 외에 중소 브랜드사들도 선제적으로 보유한 지재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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