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3만원에 산 1500만원짜리 샤넬백…리셀가 880만원 나왔다 [짝퉁의 공습]②

틱톡 라이브 샤넬백 구매 체험기
"병행수입" 주장…정가대비 115배 저렴
중고 리세일 업체 "880만원" 감정 후 "판매 불가"

편집자주전 세계 짝퉁 시장 규모는 2000조원. 가짜 상품은 더 정교해지고, 유통은 더 대담해졌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가짜 상품에 침묵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K-브랜드가 똑같이 복제 당하고 있다. 현지 브로커들에게 상표를 선점당해 시장 진입이 막히고, 막대한 소송비로 좌절하고 있다. 국경이 사라진 온라인 시장에서 단속과 모니터링 강화는 한계가 있다. 아시아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품 시장의 실태를 고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K-브랜드'의 카피 상품을 막기 위한 대책을 모색했다.


"샤넬백 13만원에 드립니다. 스투시 티셔츠도 사은품으로 드려요."


지난달 14일 밤 10시경. 틱톡 앱을 통해 라이브 방송에 접속하자 익숙한 명품 로고와 가방이 눈에 띄었다. 창고로 보이는 공간에서 화면 속 판매자는 각종 명품 가방에 번호표를 달고 책장에 나란히 진열한 뒤 판매하고 있었다. 고야드 생루이백부터 루이비통 숄더백, 셀린느 버킷백, 샤넬 클래식 플랩백까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화면에는 '교환 X, 환불 X, 신중 구매'라는 안내와 카카오톡 아이디, 계좌번호가 적혔다.

이들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가품을 판매하는 셀러들이다.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동시에 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판매 방식은 교묘하다. 제품을 자세히 보고 싶다는 댓글이 달리면 제품 앞뒷면을 보여주고 '캡처하라'고 한 뒤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캡처본을 보내라고 안내한다.


카카오톡 1:1 대화방에 접속해 방송에서 본 계좌번호에 돈을 입금하고 이름과 연락처, 주소, 티셔츠 사이즈를 보내면 택배사를 거쳐 배달받는 방식이다. 단속을 피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해 이같은 복잡한 절차를 안내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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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라이브방송 "병행수입이라 가격 저렴"…115배 저렴한 샤넬백 구매기

이날 방송에서 기자는 '샤넬 클래식 미듐 플랩백'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구매했다. 제품을 보여달라는 주문에 판매자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가격은 13만원. 정품(발매가 약 1500만원)보다 무려 115배 저렴했다. 흥정을 시도하자 "무료배송에 스투시 티셔츠를 사은품으로 드리겠다"고 말했다. 구매를 망설이자 일부 단골 시청자들도 합세해 '다른 곳에선 이 가격에 못 산다'며 회유했다. 정품인지 묻는 말에는 "병행수입"이라 답했고, 가격이 저렴한 이유에 대해서는 "병행수입이라 저렴하게 들여온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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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500명 구독자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판매자는 기분이 좋은 듯 방송 중간중간 춤을 추고 퀴즈를 내면서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일부 시청자는 댓글을 통해 "틱톡에서 물건을 사려고 입금했는데 물건을 안 보내서 사기를 당했다. 판매자들이 여러 아이디를 써가면서 사기를 치고 있다"고 적으며 "이 채널은 믿고 살 수 있어 좋다"며 호응하기도 했다. 이날 총 방송 시간은 2시간 30여분. 기자를 포함해 하루 동안 제품 구매 문의는 총 10개가량이 들어왔다. 실제로 몇 개가 팔렸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택배는 주문한 지 이틀 만에 도착했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돼 짝퉁일 것을 예상했지만, 판매자가 병행수입 정품이라고 주장한 만큼 SS급 제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포장을 열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샤넬 백을 구입했는데 제품 박스와 더스트백은 루이비통이었다. 2중, 3중으로 치밀하게 포장된 정품과 달리 해당 제품은 더스트백 하나로 엉성하게 포장됐다. 더스트백을 열자 주문한 연분홍색의 샤넬 백이 보였다.


겉모습은 정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 로고 상태와 체인, 버클, 마감 상태는 정품과 똑같았다. 가방 내부 로고의 위치뿐만 아니라 홀로그램 표식도 정품과 동일하게 일련번호가 적혀 있었고, 버클 부분의 나사 모양도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가죽 재질은 캐비어로 제작된 오돌토돌한 정품과 달리 매끈함이 느껴졌고, 인조가죽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로 인해 특유의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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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업체 감정 결과 "880만원"→"판매 불가"

정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명품 리세일 업체 매장에 맡겨 판매를 의뢰했다. 직원은 제품의 박음질 상태, 마모 정도, 내외부를 훑어본 뒤 "A급(사용감이 없는 중고제품) 정도이고, 880만원 정도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또 다른 직원은 하얀색 천 장갑을 끼고 제품 내부 로고 번호 등 디테일을 확인했다. 그는 "제품 판매에 앞서 1~2주간 제품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안내했다.


해당 제품은 접수한 지 3일 뒤 '판매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유를 물었다.


"내부 영업 기밀이라 자세한 사유를 말씀드릴 수 없다."


전문가 감정 결과 가품으로 밝혀졌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진품으로 충분히 속여 팔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짝퉁의 공습 3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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