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하루 동안 실내에서 초미세 플라스틱 입자 약 6만8000개를 흡입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집이나 자동차 등 실내에 머무는 동안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미세플라스틱을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랑스 툴루즈대 소속 연구팀은 주거 공간과 자동차 내에 부유하는 1~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라만 분광법으로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기존 연구 방식은 10~20㎛ 크기 이상의 입자만 포착할 수 있었지만, 라만 분광 기법을 통해 초미세입자까지 잡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라만 분광법은 레이저를 쏠 때 나타나는 빛의 산란 현상을 통해 물질의 특성을 밝혀내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프랑스의 아파트 및 자동차 내부에서 공기 샘플을 수집해 미세 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주거 공간의 공기 중에 떠다니는 총 미세플라스틱(MPs)의 중앙값 농도는 528 MPs/㎥로 집계됐다. 집 공기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중에서는 폴리에틸렌이 7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거 공간의 미세플라스틱은 의류나 주방용품, 카펫 등에서 주로 나온다.
자동차 안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주거 공간보다 약 4배 이상 높은 2238 MPs/㎥나 됐다. 자동차 내부는 좁고 환기가 잘되지 않는 데다 스티어링 휠, 문손잡이, 대시보드 등 내장재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관찰된 미세플라스틱의 97%는 부서진 조각 형태였으며, 94%는 1~10㎛ 이하의 크기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이 집계치 등을 근거로 성인이 하루에 실내에서 1~10㎛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약 6만8000개를 흡입한다고 추정했다.
1~10㎛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7분의 1 크기로, 입자가 매우 작아 폐·혈관·태반 등 몸속 곳곳에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흡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흡입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고, 대신 목재나 금속·천연섬유와 같은 제품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또 고성능 헤파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와 청소기를 사용하고 환기와 청소를 자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동안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음식과 물을 통해 체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가디언은 "이 새로운 연구는 대기 오염의 위험성을 강조한다"면서 "미세플라스틱은 폐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폐 염증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지난달 오픈액세스 학술지 '플로스 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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