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휴머노이드 생태계 구축은 미국과의 정면 승부의 토대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자본을 앞세워 산업 표준을 만드는 미국에 대응해 중국은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과 대량생산 능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휴머노이드 양산에 나서는 중국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속도'면에서 미국을 앞선다는 평가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자동차 산업에서 구축한 첨단 공급망을 활용해 시장 진입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유비테크는 지난해부터 '워커S'를 비야디(BYD), 폭스바겐, 아우디, 폭스콘, SF익스프레스 등 제조·물류 현장에 공급하며 500여대 계약을 확보했다. 올해 새 모델 '워커 S2'는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스타트업 유니트리는 소비자용 로봇 G1을 9만9000위안(약 1900만원)에 내놔 글로벌 제품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는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만 1500대를 출하했고 고가형 H1과 저가형 R1까지 라인업을 늘렸다. 사람처럼 걷고 뛰는 기능을 구현하며 대중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2023년 등장한 애지봇(AgiBot)은 상하이에 중국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공장을 세우고 '위안정 A2' 양산에 착수했다. 최근 자동차 부품업체 푸린정궁과 100여대 공급 계약을 맺으며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국은 기술력과 자본에서 확실한 우위라는 평가다.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Digit)'은 지난해 6월 조지아주 애틀랜타 물류센터에 투입돼 세계 최초로 공장에서 실제 작업에 나섰다. 상자 운반과 선반 정리 등 단순 업무지만 로봇이 현장에서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테슬라는 '옵티머스(Optimus)'를 앞세워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 수백 대를 투입한 상태다. 자재 이동, 부품 조립, 배터리 분류를 맡기고 있으며 2026년부터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2027년에는 연간 50만~100만대 생산 목표까지 제시했다.
피규어 AI(Figure AI)는 자사 로봇 '피규어 02'를 BMW 공장에 투입해 조립·배치 같은 정밀 공정을 시험하고 있다. 연간 1만2000대 생산 능력을 갖춘 '봇큐(BotQ)' 시설을 통해 향후 4년간 10만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전기 기반으로 재개발한 '아틀라스'를 공개하고 올해 말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공장에 투입한다. 부품 배열에서 시작해 내년엔 용접·도장 공정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은 자율주행과 AI 알고리즘에서 확보한 기술을 로봇에 곧장 이식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결합해 단순 하드웨어가 아닌 'AI 기반 서비스 플랫폼'으로 휴머노이드를 진화시키려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에이로봇 CTO)는 "로봇 산업은 국가 내에 로봇의 부품이나 로봇에 필요한 기술들이 다 있는지, 제품을 양산해 공장에 공급할 수 있는지 등 자체적으로 공급망을 내재화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아울러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지컬 AI'를 선도적으로 적용해 육성할 수 있는 나라가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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