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싸고 전기료도 덜 나와"…'괴물 폭염'에 사람들 몰린다는 일본 집

'괴물 폭염'에 북향형 주택 수요 급증
주거비 절감·에너지 소비 감소 등 장점

'괴물 폭염'이 일본인의 주거 선호까지 흔들고 있다. 매년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한때 '집값 프리미엄'의 상징이던 남향 집은 매력을 잃고,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북향 집'이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북향 주택 수요 폭증…"빈자리 없을 정도로 계약 몰려"
일본 후쿠오카의 아파트(일명 맨션) 밀집 지역. 교도연합뉴스

일본 후쿠오카의 아파트(일명 맨션) 밀집 지역.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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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일본의 폭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도심은 이달 18일부터 10일 연속 폭염 일을 기록했다. 이는 1875년 기상 관측 이래 최장 기록이다. 지난달 말부터는 나흘 연속 40도가 넘었고, 이달 5일 군마현 이세사키시에서는 41.8도를 찍으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례적인 폭염은 일본인의 주택 선택 기준마저 바꿔 놓았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남향 주택이 선호돼왔다. 남쪽에서 들어오는 햇살은 겨울 난방비를 절감하고, 세탁물을 잘 말려주며, 습도를 줄여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안정적인 선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정반대다. 27일(현지시간) 일본 아사히TV는 도쿄도 하치오지시 부동산 시장을 전하며 "북향 집은 이미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계약이 몰린다"고 전했다. 도쿄에서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다카하시 히로유키(41)는 "남향·서향은 볕이 너무 강해 꺼려지고, 북향은 상대적으로 쾌적하다 보니 수요가 몰린다"고 설명했다.


"여름에 에어컨 안 켜도 시원하고 쾌적"

남향 집에 살던 20대 직장인 조스케(26)는 곧 북향 집으로 이사한다. 그는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면 눈부시고 실내 온도도 빠르게 오른다"며 "차라리 햇빛이 덜 들어오는 집이 여름엔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5년째 북향 집에 거주 중인 이사오(45)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채광이 충분해 어둡지 않고, 여름에는 실내가 30도를 넘지 않아 오전에는 에어컨 없이도 지낼 수 있다"며 "겨울은 단열 성능 덕에 큰 불편이 없고, 여름이 워낙 쾌적해 살기 좋다"고 강조했다.

더위를 피하려고 양산을 쓰고 다니는 도쿄 사람들. AFP연합뉴스

더위를 피하려고 양산을 쓰고 다니는 도쿄 사람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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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도 10% 저렴…경제적 매력까지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북향 집의 장점이다. 도쿄 시내의 한 아파트는 역에서 도보 3분 거리라는 동일 조건에도 불구하고 남향 집은 월세 5만엔(한화 약 47만원), 북향 집은 약 4만5000엔(한화 약 42만원)으로 10%가량 저렴하다. 실내 온도 부담을 줄이고, 에어컨 사용을 줄여 전기요금까지 아낄 수 있으니 '가성비 주거'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가 앞으로 주거 트렌드와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진단한다. 폭염이 일상화되면 채광보다 냉방 효율이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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