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미(對美) 부가가치 수출이 특정 국가와 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이 28일 발간한 '한국의 대미 부가가치 수출 진단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직접 수출은 트럼프 1기 첫해인 2017년 686억달러에서 2024년 1278억달러로 7년 연속 증가했다. 반면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한 대미 부가가치 수출은 2018~2020년 감소세를 기록한 뒤 2021년 반짝 증가(43.4%)했지만, 이후 다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직접 수출은 바이든 행정부 첫해인 2021년에도 29.4% 급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반면, 부가가치 수출은 2021년 46.2% 증가 이후 곧바로 감소세로 돌아서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이는 미 관세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한국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해석이다.
대미 부가가치 수출 경유국을 보면 2023년 기준 멕시코가 2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중국·베트남·캐나다 순으로 상위 4개국이 전체의 70.3%를 점했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모두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국이자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 주요 대상국이라는 점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각각 대중 수출 규제와 환율·원산지 조사 강화로 비중이 줄었고, 멕시코와 캐나다는 USMCA 발효 이후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거점으로 부상했으나 통상환경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보고서는 "대미 부가가치 수출이 특정 국가에 집중된 구조적 문제는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더욱 취약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별로 보면 2023년 대미 부가가치 수출의 절반 이상(55.3%)이 전기 및 광학장비에서 발생했다. 이어 운송장비, 섬유제품, 기타 제조업 등이 뒤를 이었지만, 상위 5개 산업이 전체의 91.1%를 차지해 2007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부가가치 수출이 특정 산업에 집중된 현상은 미국의 무역적자 주요 품목과 맞물려 있다"며 "미국이 기계류, 전기기기, 차량 부품 등 적자 품목을 겨냥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때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과 규제 강화는 이미 한국의 대미 부가가치 수출 축소로 이어진 바 있다. 보고서는 "현재 구조적으로 특정 국가에 집중된 경로를 단기간에 다변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국의 니어쇼어링·프렌드쇼어링 정책, 대중국 디리스킹 전략에 맞춰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멕시코는 자동차와 전기·광학장비 분야에서 니어쇼어링 효과가 두드러지며 한국 기업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지만, 미 통상정책 변화에 따라 언제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요구된다.
보고서는 단순히 규모 확대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질적 고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 내 제조업 르네상스와 자국 생산능력 강화 움직임을 고려해, 고부가가치 중간재 개발과 첨단 기술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중간재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가진 한국이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갈등이 상수화된 통상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강화하려면, 전략 품목 공급망 다변화, 지역별 협력 채널 강화, 경제안보를 고려한 지역 공급망 중심의 전력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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