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에너지 안보, 전력망·핵심광물에 달려"

비롤 IEA 사무총장·이호현 산업 2차관, 프레스콘퍼런스
AI·전기차 확산 속 전력망 투자 격차와 핵심광물 집중 우려
"전력망 투자와 핵심광물 다변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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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로 들어섰습니다.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는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율보다 여섯 배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입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27일 부산에서 열린 한·IEA 프레스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하며, AI 확산과 전기차 보급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가 세계 에너지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화석연료에 1달러가 투자될 때 청정에너지에는 2달러가 투자되고 있지만, 송배전망과 저장시설 투자가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매년 1조달러가 발전 설비에 쓰이는 반면 전력망에는 4000억달러만 지출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핵심광물 의존도를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리튬, 구리, 희토류 등 20대 전략 광물 가운데 19개 정제 분야에서 단일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남미에서 채굴을 주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제까지 70%를 차지한다"며 "공급망 집중은 자연재해나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의료기기, 드론, 반도체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공급망 다변화와 국제 협력은 21세기형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라고 못박았다.


우리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AI와 전기차 확산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무탄소 발전설비를 확충하고, RE100 산업단지와 고효율 히트펌프 도입을 통해 산업 탈탄소화를 병행할 것"이라며 "한국은 가격 경쟁력, 수용성,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 같은 안정적 전력망 인프라를 확대하고 AI와 연계한 에너지 시스템 혁신 방향을 제시하겠다"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대전환과 첨단산업 육성을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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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에서는 원전과 수소가 집중 조명됐다. 비롤 사무총장은 "2025년은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역사상 최대에 이르는 '원자력의 피크'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원전 건설·운영 과정에서 기한과 예산을 지키는 능력을 입증해왔고, 신뢰할 만한 수출 파트너로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 차관도 "원전은 가격·수용성·안전성 경쟁력이 높아 한국의 주요 산업으로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 분야와 관련해 비롤 사무총장은 "현대자동차는 수소 모빌리티 분야의 세계적 리더"라며 "자동차·버스·트럭 등 모빌리티 부문에서 한국은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협력이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와 에너지 연계도 강조됐다. 그는 "AI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저탄소 전력망 없이는 AI 경쟁력도 없다"며 "산업 경쟁력은 이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전력망을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AI 시대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중요한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정에너지 기술 시장은 현재 7000억달러에서 2035년 2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은 배터리 공급망에서 이미 세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변압기·케이블 같은 전력망 장비에서도 리더십을 확대할 수 있다. AI와 에너지전환의 결합 속에서 한국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우리 정부와 IEA, 세계은행(WB)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청정에너지장관회의, 미션이노베이션 장관회의, APEC 에너지장관회의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슈퍼위크'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행사에는 40여 개국 장관단과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CEO 등 700여명이 참석해 글로벌 기후·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부산=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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