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대표 소주업체 두 곳의 소주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주종의 다양화와 주류 소비의 감소 등 주류 문화의 변화가 국내 소주 소비 축소에 영향을 준 탓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종인 소주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해외 시장 공략이 더욱 중요한 과제지만, 올 들어 수출마저 주춤한 모습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의 올해 상반기 소주 매출액은 77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760억원)보다 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 음료도 소주 매출액 2120억원으로 전년 동기(2194억원) 대비 3.4% 줄었다. 경기 불황으로 외식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주를 비롯한 주류 제품의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소주는 맥주보다 유흥시장 비중이 높은 주종의 특성상 경기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 6월 제21대 대선 전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지난 1분기에 선수요가 발생한 것도 2분기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5월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2.7% 올렸다. 이후 소주 가격 인상도 검토했으나 물가 안정 명목으로 인상을 보류한 상태다. 다만 선수요 영향으로 상반기 내수 소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줄어 전체 소주 매출 감소 폭을 상회했다.
최근 소주 매출의 감소는 회식 문화의 축소 등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주류 문화의 변화가 결정적이다. 실제로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2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매출 평균은 약 450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줄었다. 외식업이 세부 업종에서 대부분 매출이 쪼그라든 가운데 특히 술집(-9.2%)의 타격이 가장 컸다.
주류 소비 방식이 기존의 회식 등 단체 외식 중심에서 홈술·혼술 등으로 점점 더 다양해지면서 소주와 맥주의 선호도는 줄어들고, 위스키·와인·전통주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류 소비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선 소주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 정체의 원인으로 짚고 있다. 최근 주류업계에 저도수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과거 독한 술의 대명사였던 소주도 알코올 도수를 지속해서 낮췄다. 지난달 롯데칠성은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춘다고 밝혔고, 앞서 하이트진로도 2023년 '진로이즈백'을, 지난해에는 '참이슬 후레쉬'를 각각 16.5도에서 16도로 낮췄다.
소주의 도수 인하는 부드러운 맛에 대한 수요를 확보해 소비층을 확대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경쟁 주종과의 차별화를 약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20도를 넘기던 소주의 도수가 15도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발효주인 와인·사케 등과 비슷해졌다. 무엇보다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는 반면, 알코올 도수는 낮아져 최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성 고객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소주 업체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해외 매출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식음료 제조가 소수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업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공급 과잉 속에서 과거에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재도 프리미엄을 당연히 여기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내수에 머물 경우 매출은 물가상승률 이상 성장하기 어렵고, 수익성은 점차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들어 소주 수출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소주는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수출을 확대하며 2023년 1억141만달러로 처음 1억달러를 넘겼고 지난해(1억409만달러)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2년 연속 수출 1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7월 기준 수출액이 5376만달러(약 75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5766만달러)과 비교해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