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A양(14)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 아이템을 3만원에 판다는 게시물을 보고 돈을 입금했지만 판매자는 잠적했다. A양은 "힘들게 모은 용돈이었는데 너무 허탈하고 억울했다"며 "부모님께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놀이터가 된 메타버스가 일탈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아이템 거래 사기, 욕설, 성희롱 등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지만 미성년자라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세계를 말한다.
13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소액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후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2만원 사기 피해를 봤다는 B군(16)은 "사기꾼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찾아봤는데 또래라서 더 괘씸했다"면서도 "따로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청소년은 "(사기 피해를) 부모님께 말하면 휴대폰 뺏길까 봐 숨겼다"고 전했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C군(18)은 "피해를 봐도 별다른 처벌이 없으니까 당한 수법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쓰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일부 공간에서는 욕설과 성희롱 등 사이버폭력이 난무했다. 여성 아바타에게는 "영상 가능하냐"는 성적 발언까지 오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가상 공간에서 일탈 경험을 반복하면 세상을 부정적이고 왜곡된 시선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며 "세상이 원래 그런 곳이라는 식으로 학습할 위험이 있다. 가정 및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메타버스 이용 실태에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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