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국내 대다수 전문가는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효과로 내수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다만 여전히 1.0% 안팎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수출기업과 혁신산업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이 많았다.
25일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경제연구소·증권사·은행 등의 경제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지난 19~22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문가 9명(82%·미응답 3명)은 8월 경제전망에서 한은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6명 0.9%, 3명은 1.0%를 예측했다. 기존 전망치 0.8%를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2명이었다.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본 응답자는 없었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했다. 올해 1분기 마이너스 0.2%라는 역성장 충격과 함께 내수와 수출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당시 경제 상황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후 수출 부진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고, 2차 추경으로 내수가 서서히 회복세를 띠면서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성장률을 다시 올려잡았다. 한은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하고, 하반기에는 소비가 회복될 수 있다"며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0.9%로 올려잡을 것으로 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수출이 8월까지도 견조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고, 추경에 따른 재정부양 효과가 3분기 내수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상향 조정을 예상했다. 다만 그는 "건설투자가 아직 부진한 데다, 관세 협상도 기존 예상보다 높은 15%가 정해진 점이 부담돼 1.0% 상향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은이 0.8% 전망을 유지할 것으로 본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추경은 성장률이 0.1~0.2%포인트 정도 오르는 효과를 주겠지만, 관세가 이를 대부분 깎으면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자체 전망치는 1.0%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0.8%, 0.9%가 각각 3명이었고 1.1%가 2명이었다. 강민주 ING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1.2%로 올려잡았다. 그는 "3분기 민간 소비 성장이 상당히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순수출도 관세 타결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성장에 소폭이나마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2.0%를 전망한 전문가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1.9%가 3명으로 뒤를 이어, 대부분의 전문가가 한은 전망치(1.9%)와 부합할 것으로 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혹한 및 폭우 등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물가 압력을 높였지만, 유가 안정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한은 전망치에 수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1%대 안착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누적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고, 공공요금 인상 등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앞으로 한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가장 큰 변수는 성장세 회복과 가계부채, 관세 영향을 꼽은 전문가들이 많았다. 응답자 13명 중 9명(복수 응답)이 성장세 회복을 꼽았다. 성장세 회복은 금리 인하 요인이다. 다만 대표적인 금리 동결 요인인 가계부채가 8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관세 영향(6명), 미국 통화정책(4명) 순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주요 변수로 성장세 회복과 가계부채를 함께 꼽았다. 한은이 성장세 회복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며 금리 결정에 나설 것으로 본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부동산이지만, 4분기에는 다시 경기회복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는 금융안정과 성장회복의 균형을 맞추는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여전히 1.0% 안팎의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수출기업과 혁신산업을 위한 재정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자본시장 활성화나, 규제 개혁 등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 반기업 정서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책으로 '재정 지출을 통한 기업 및 산업지원'을 꼽은 전문가는 6명(복수 응답)이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생지원금 지급으로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이는 만큼, 산업 구조조정과 건설경기 대응 등에 정부의 지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연구원도 "혁신산업 지원을 위한 기금 등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건설경기 보강과 수출기업 지원 정책을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3명으로 뒤를 이었다. 강민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인 소비 진작 정책보다 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기업 연구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인공지능(AI) 및 신산업 관련 규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홍철 연구원은 "정부는 규제 개혁과 반기업 정서 타파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과 기업에 대한 정책이 일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3명이 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담긴 반기업 증세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조영무 소장은 "속도감 있고 실효성 있는 재정 정책으로 증세 관련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 역시 "소비 회복을 위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기 심리 회복을 위해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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