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BI, '反트럼프' 볼턴 前 백악관 안보보좌관 자택 수색

기밀 정보 불법 공유·소지 혐의
트럼프 정치보복 격화 분석도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의 메릴랜드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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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대변인은 NYT에 볼턴 전 보좌관의 자택에 FBI 요원들이 배치된 것과 관련해 "법원 승인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볼턴 전 보좌관이 기밀 정보를 불법으로 공유했거나 소지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일인 지난 1월20일 행정명령을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을 포함한 전직 정보 당국자들의 비밀 취급 인가를 취소했고 이란의 암살 위협 때문에 진행되던 비밀경호국(SS)의 경호도 없앴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짧게 적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엑스에 파텔 국장의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미국의 안보는 협상할 수 없다. 정의는 항상 추구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FBI 수색과 관련, 볼턴 전 보좌관 본인과 그의 변호사는 아직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마이클 플린, 허버트 맥매스터에 이어 2018년 4월부터 3번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슈퍼 매파' 인사로,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 관련된 주요 외교·안보 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했고 재직 17개월 만인 2019년 9월 경질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후 미국 내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로 변신해 사사건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이에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보복'이 위험수위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인사였다. 그는 압수수색 전날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굴복시켰다'고 논평했다.


NYT는 "이번 수사는 비판자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캠페인의 새로운 장"이라며 "백악관과 법무부, FBI 내의 충성파들은 '침묵하라, 그렇지 않으면 연방 법집행 기관의 막강한 권력을 동원해 당신의 직위나 자유를 위협하고 영원히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에서 "볼턴을 표적으로 삼은 FBI의 습격은 트럼프의 복수 작전에서도 선을 넘은 일"이라고 지적하고 "이 사례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들을 법집행 기관 수장에 배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NBC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압수수색 영장의 근거가 된 첩보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캐시 파텔 FBI 국장에게 제공했다고 보도됐다. 한때 미국의 안보사령탑을 지낸 인사를 잡는 데 미국의 양대 정보기관이 협력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휘하의 사정기관들이 앞으로 누구를 타깃으로 삼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공개적으로 공격했는데, 미 법무부는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를 돕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를 오바마 행정부가 조작했는지 확인하는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WP는 볼턴 조사가 러티샤 제임스 전 뉴욕주 검찰총장, 애덤 쉬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등 트럼프 비판자들에 대한 연방 조사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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