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덮친 기록적 폭염이 전통적인 성묘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현지 언론은 무더위를 피해 '성묘 대행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고령화로 직접 성묘가 어려운 가정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이 서비스는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일본 공영 NHK 방송·아사히 뉴스 등에 따르면 '성묘 대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도쿄 하치오지시에 위치한 한 대행업체는 올해 여름 성묘 의뢰 건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 60건을 넘어섰다.
지난 13일 오봉(お盆) 연휴 기간 진행된 대행 서비스 현장에서는 독특한 광경이 펼쳐졌다. 도치기현 닛코시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의 의뢰를 받은 직원이 영상통화를 켜고 묘지 청소에 나선 것이다. 잡초를 뽑고 비석을 닦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자, 화면 너머 의뢰인은 스마트폰을 향해 합장을 했다.
의뢰인은 "부모님도 고령이고, 최근 더워서 직접 갈 수 없다고 생각해 처음으로 대행업체에 부탁했다"며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 꺼려졌지만 정성껏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묘 대행은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전국에서 성묘 대행을 맡는 대형 청소서비스회사의 경우 5년 전 대비 의뢰가 15~20% 증가했다. 하치오지시 대행업체 오바라 대표는 "기온이 상승하면 문의도 늘어 지난해의 1.5~2배로 늘었다"며 "더위로 먼 곳에서 오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화면을 통해 조금이라도 실시간으로 무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이런 서비스는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기후변화와 고령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전통적인 성묘 방식이 물리적으로 어려워진 데다, 고령화로 직접 성묘가 힘든 가정이 늘어나면서 대행 서비스가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관련 시장은 더욱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 성묘 대행을 넘어 온라인 추모 플랫폼, 가상현실(VR) 성묘, 심지어는 인공지능 기반 추모 서비스까지 기술을 접목한 확장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장례·추모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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