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충북 청주시 오스코는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파 지지자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달아올랐다. 현재 당권 주자들이 극한 대립 구도를 보이는 만큼 지지자들 역시 극도로 쪼개진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낮 최고 기온 34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전국에서 일찌감치 모인 당원들은 행사장 앞에서 세 대결을 벌였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장구와 꽹과리를 치며 응원단 분위기를 내는가 하면, 맞은 편에선 '당당한 장동혁'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이 눈에 띄었다. "정통보수 재건 적임자"라고 외치는 조경태 의원 지지자와 '새로운 보수의 다크호스' 팻말을 지키는 장동혁 의원 지지자도 보였다.
행사장 안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찬탄파 후보 지지자 간 격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 의원 지지자들이 '조경태 화이팅'이라고 적힌 손팻말 들고 단체 응원전을 펼치자 '윤 어게인'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배신자"라고 야유했다. 당원 간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격해지자 안전관리 직원들이 개입해 말리기도 했다.
김 전 장관 지지자들은 도덕성과 투쟁력을 높이 샀다. 대구에서 온 김세룡씨(68)는 "우리 김문수 후보는 선명하고 깨끗하다"며 "과거 민주 투사로서 투쟁력이 있어 현재 당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씨는 "차기 정권 창출에도 큰 공을 세울 것"이라며 김 전 장관의 당선을 확신했다.
그는 장 의원에 대해 "우파 지도자로 훌륭한 역량을 갖고 있다"면서도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 관련 소동으로 당이 한차례 홍역을 치른 것을 두고는 "큰 바다에 잔잔한 파도가 이는 것일 뿐"이라며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자신이 장 의원 지지자라고 밝힌 강씨(60대)는 장 의원에 대해 "지금까지의 정치 경력을 보면 소신이 확실하고 국민이 당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쇄신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강씨 역시 "당과 우리나라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엄청난 혁신을 해줄 것"이라며 장 의원의 당선을 확신했다.
경쟁자인 안 의원과 조 의원에 대해선 "신뢰할 수 없는 후보"라며 "그들이 제시하는 미래 비전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씨가 장 의원 지지 선언한 것을 두고는 "나서주신 것만으로도 상당히 감사하다"며 "전씨의 확신한 소신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탄파 후보인 조 의원과 안 의원 지지자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유세를 펼쳤다. 수원에서 온 박씨(60)는 "혁신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나락으로 떨어진다"며 "조경태만이 국민의힘을 개혁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반탄파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에 대해선 "당을 모두 망쳐놨다"며 "그 두 분은 절대로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조 의원 지지율이 현재는 높지 않지만 정치는 생물이라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동훈 전 대표가 일타 강사처럼 앞으로 당이 해야 할 일을 잘 알려주고 있다"며 "조경태 후보가 한 전 대표가 알려준 대로 하면 민주당에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지지자들은 입을 모아 당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안 의원의 인적 쇄신 능력과 정직함을 높게 평가했다. 김석균씨(72)는 "민주당과 상대하려면 흠결이 없어야 한다"며 "안철수는 가장 정직하고 순수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선 김 전 장관과 안 의원 간 치열한 경쟁을 예상했다. 김씨는 "'샤이 안철수'가 5% 정도는 항상 있었다"며 "김문수와 안철수가 결선 투표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제6차 전당대회를 열고 신임 지도부를 뽑는다. 당 대표 후보 중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 투표를 통해 오는 26일 당 대표를 선출한다. 지난 20~21일 실시한 당원 선거인단 투표 80%·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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