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첫 화장품 제품을 본격 판매한다. 샤넬·에르메스 등 경쟁 브랜드들이 이미 뷰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가운데, 루이비통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고가 전략'을 들고나와 명품 화장품 시장의 판도를 흔들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루이비통은 최초의 뷰티 컬렉션 '라 보떼 루이 비통'을 오는 29일 국내에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루이비통이 뷰티 제품을 출범한다고 발표한 후 4개월 만이다.
컬렉션은 립스틱과 립밤, 아이섀도 등 모두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LV 루즈' 립스틱은 루이비통의 이니셜 LV가 의미하는 로마 숫자 55에서 착안해 모두 55가지 색으로 나온다. 'LV 밤' 립밤은 10가지 색으로 출시되고, 네 개 컬러로 구성된 아이섀도 팔레트 'LV 옴브레'는 모두 8종으로 나온다.
컬렉션 제품 디자인은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총괄했다. 환경을 고려해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했고, 알루미늄과 황동 같은 소재를 활용해 리필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데임 팻 맥그라스다.
루이비통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음 달 1일부터 도산 스토어에서 3층 규모의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고 뷰티 제품 전용 트렁크와 가죽 소품도 선보인다.
루이비통은 이번 뷰티 제품을 '초고가'로 책정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립스틱과 립밤은 개당 160달러(약 22만원), 아이섀도는 250달러(약 35만원)로 각각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리필용은 립스틱과 아이섀도가 각각 69달러(약 10만원), 92달러(약 13만원)이다. 립스틱 리필 비용이 일반 립스틱 1개 가격보다 비슷하거나 더 비싼 수준이다.
다른 명품 뷰티 제품과 비교해도 루이비통 뷰티 제품은 가격이 유독 높은 편이다. 에르메스의 립스틱은 국내에서 9만8000원, 샤넬은 5만~7만원대 수준이다. 같은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급 제품임에도 루이비통만 가격이 경쟁사 대비 2~3배가량 비싼 셈이다. 업계에서는 루이비통이 '초고가 전략'을 통해 브랜드의 희소성과 차별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부담 없는 명품 소비'라는 트렌드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고가 명품 소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뷰티 제품은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소비층을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에서 지난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 등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 매장 매출 증가율이 16∼24%로 나타났다. 고가 가방이나 의류 대신 저렴한 화장품으로 브랜드 경험을 누리려는 '스몰 럭셔리'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루이비통은 뷰티 시장 진출 외에도 레스토랑을 여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루이비통은 다음 달 1일 청담동에 레스토랑 '르 카페 루이비통'을 개점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루이비통은 유망 요리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루이비통 컬리너리 커뮤니티'를 통해 파리와 뉴욕, 도쿄, 밀라노, 방콕 등에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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