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직원이 '쾌청하다'라는 단어 뜻을 몰라 알려주려다 "조선족이냐"는 말을 들었다는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후배 직원이 '쾌청'을 낯선 단어로 받아들이면서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기본적인 어휘를 오해하는 일이 잦아지며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면전에서 조선족이냐는 소리를 들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회사 대리 직급인 작성자 A씨는 신입사원 B씨와 함께 주말에 거래처 출장을 가던 중 "오늘 쾌청하네요. 빨리 마치고 근처라도 들렀다 가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B씨는 '쾌청하다'는 말뜻을 모르는 듯 "대리님 어제 술 드셨냐"고 물었다. A씨가 무슨 소리냐고 묻자, B씨는 "쾌청하시다길래 술 드셨다는 줄 알았다.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없으면 쾌청한 것 아니냐"고 했다.
A씨는 "유쾌하다, 상쾌하다는 말에 들어가는 '쾌(快)'가 한자인데, 쾌청하다에도 쓰인다. '청(靑)'은 청천벽력에 들어가는 청이다. 둘이 합쳐 쾌청이고, 날씨가 상쾌하게 맑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너무 가르치려고 했던 것 같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뜻밖의 질문이었다. B씨가 "대리님, 혹시 조선족이세요? 한자를 엄청 잘 아시네요"라고 물은 것. A씨는 당황해 아니라고 답했다. B씨는 이후 "기분 나빴다면 죄송하다"며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이에 A씨는 "쾌청이 그렇게 어려운 단어인가"라며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어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비난을 쏟아내는 '문해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일을 뜻하는 순우리말 '사흘'을 숫자 4로 인식한다거나 마음 깊이 사과한다는 의미의 '심심한 사과'를 동음이의어인 '지루하다'는 의미로 오독해 논란이 벌어지는 식이다.
앞서 한 유튜버는 배우 모집 공고를 내며 '모집인원 0명'이라는 문구를 썼다가 "한 명도 안 뽑을 건데 왜 공고를 냈냐" "공고 올려놓고 0명이라니" "잘될수록 겸손해야지 이게 뭔가" 등의 비판을 받았다. 0명은 "정해진 인원 없이 유동적"이라는 의미였지만 문맥을 파악하지 못한 일부 누리꾼이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젊은 층의 문해력 저하가 구조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한국 성인(16∼65세)의 언어 및 수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이 OECD 국가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어능력 점수는 10년 전 조사보다 크게 떨어졌다. 2011, 2012년 조사에서 237점으로 당시 OECD 평균과 같았지만, 이번 조사에서 24점 하락한 249점을 기록하며 OECD 평균보다 11점 낮았다. 언어능력 점수는 모든 연령대에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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