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전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대생 이윤희씨를 찾기 위해 가족이 세워둔 등신대를 훼손한 4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물손괴 혐의로 최근 검찰에 넘겨진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실종사건의 범인으로 몰리는 것이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거 실종사건과 관련해 오랜 기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범행 장면은 이씨 가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윤희 실종사건 공식채널'에서 공개됐다. 영상 속 A씨는 마스크와 수술용 장갑을 착용한 채 등신대 주변을 서성이다가 주변이 한산해지자 칼로 케이블 타이를 끊고 등신대를 쓰러뜨렸다. 이후 다시 돌아온 그는 등신대를 두 팔로 부러뜨린 뒤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이후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실종된 이씨와 같은 학과에 재학했던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씨 가족은 실종 초기부터 A씨의 행적을 의심해왔고 최근에는 A씨의 출근길과 집 주변 등에 이씨의 등신대를 세워왔다. 이에 A씨는 이씨 가족을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재물손괴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CCTV에도 훼손 장면이 담겨 있어 혐의가 명백히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19년전 전북대 수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6년 6월 5일 교수 및 학과 동료 40여명과 종강 모임을 한 뒤 다음날 새벽 모임 장소에서 자취방으로 귀가한 뒤 실종됐다. 당시 경찰은 실종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않은 채 이씨의 친구들이 원룸을 청소하는 것을 방치했고 일주일 뒤 이씨의 컴퓨터에 누군가 접속한 사실도 규명하지 못했다.
이씨의 부모는 딸을 찾기 위해 직접 전단을 만들어 수소문하고 현상금까지 내걸었으나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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