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늦게 건설된 산성이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경상남도기념물인 '옥산성'의 명칭을 통제영계록, 거제군읍지 등 문헌에 기록된 '거제 수정산성(巨濟 水晶山城)'으로 변경해 사적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거제 수정산성은 해발 143m 수정산에 자리한 테뫼식(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성벽을 둘러서 쌓은 형태) 석축산성으로, 성벽 전체 둘레가 450m에 달한다. 정상부에서 거제평야와 서남쪽 해안선,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경관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성내 비석인 '수정산성축성기(水晶山城築城記)'를 통해 수축 시기는 고종 10년(1873년)으로 확인된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축성 관련 기록이 1871년 김해 분산성 수축을 끝으로 등장하지 않아 국내 산성 가운데 가장 늦게 건설됐다고 여겨진다. 거제부사 송희승과 거제도민들이 외세 침입에 대비해 조정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쌓아 희소성과 상징성도 갖췄다고 평가된다.
이 산성은 성곽 건설기술의 변천 과정도 보여준다. 열한 차례 시·발굴조사에서 삼국 시대 신라의 초축 성벽 위에 고려와 조선 시대 성벽이 수·개축된 모습이 확인됐다.
최초 건설 시기는 초축 성벽의 세장방형 가공(가늘고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다듬은) 성돌, 바른층쌓기(돌 한 켜마다 가로줄눈이 수평 직선이 되게 쌓는 일) 성벽, 성문과 기저부, 층단식 원형집수시설 등으로 미루어 볼 때 6세기 후반~7세기 초반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신라가 남해 지역으로 진출하며 방어체계를 구축해 간 과정과 시점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성내에서 발견된 건물지와 동서문지 또한 조선 후기 성곽 구조와 건설 수법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자료다. 특히 1호 건물지는 온돌 시설 없이 장식기와가 사용돼 창고, 관사 등 특수목적 건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영남지역에 석회 산지가 없었음에도 당시 고급 재료였던 석회가 다량 사용돼 중요한 건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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