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30개월이상 사용하면 폐암 위험 4.6배"

국내 첫 역학 증거 제시

가습기 살균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폐암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국내 첫 역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용 기간이 30개월 이상일 경우 5개월 미만 사용 그룹보다 폐암 위험이 4.6배 높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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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경남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한국역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정부에 피해 보상을 신청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605명을 사용 기간별로 나눠 폐암 발생 위험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피해자를 ▲5개월 미만(240명) ▲5~14개월(909명) ▲15~29개월(934명) ▲30개월 이상(1522명)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전체 피해자 가운데 121명이 살균제 사용 후 4년 이내 폐암을 진단받았다. 이 중 82명이 30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한 그룹에 속했다. 이는 전체 폐암 환자의 67.9%에 해당하며, 폐암을 진단받지 않은 그룹의 같은 구간 비중(41.3%)보다 현저히 높았다.


성별·연령·흡연 여부 등 외부 요인을 보정해도 결과는 뚜렷했다. 사용 기간이 5개월 미만인 그룹을 기준으로 ▲5~14개월 그룹은 1.81배 ▲15~29개월 그룹은 2.45배 ▲30개월 이상 그룹은 4.6배 폐암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 장기 사용과 폐암 발생의 연관성을 입증한 첫 역학적 증거"라며 "동물 실험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장기간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역학적 증거를 제시한 첫 사례"라면서도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서는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지난 2011년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만 5908명에 달하는 최악의 환경 참사다. 지난해 6월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국가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종국적 해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살균제 피해자 단체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피해자 중심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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