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책사' 나바로 "印, 러 원유 구매는 기회주의적" 비판

러시아산 원유 정제해 재판매
"푸틴 고립 노력에 심각한 균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해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나바로 고문은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인도산 제품을 구매하면 인도는 그 달러로 할인된 값에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EPA연합뉴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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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러시아가 인도의 재정 지원을 등에 업고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면서 미국(과 유럽) 납세자들은 우크라이나 방위를 위해 수백억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동시에 인도는 높은 관세와 무역 장벽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계속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나바로 고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전까지 러시아산 원유는 인도 원유 수입량의 1%에 미치지 못했는데, 전쟁 이후 일일 수입량은 150만배럴 이상으로 급증해 인도의 전체 수입량의 30%를 넘겼다.


나바로 고문은 "정유회사들은 인도를 할인된 러시아산 원유의 거대한 정유 허브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급증이 인도 내 석유 소비 때문이 아닌 인도 석유 대기업들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들 기업이 러시아산 석유를 할인된 값에 구매해 정제한 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로 수출하면서 중립을 표방해 제재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도는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정제 석유 제품을 수출하는데 이는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원유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며 "그 이익은 인도 정치권과 유착된 에너지 재벌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다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 창고로 흘러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나바로 고문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인도의 의존은 기회주의적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푸틴의 전쟁 경제를 고립시키려는 노력에 심각하게 균열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러시아산 무기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2020~2024년 인도 전체 무기 수입 중 약 36%가 러시아에서 왔다. 나바로 고문은 인도가 미국 등으로 무기 조달선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민감한 군사 기술 이전과 현지 공장 설립 조건을 내걸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비판하며 기존 25% 상호관세에 더해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나바로 고문은 "인도의 미국 시장 접근을 겨냥해 타격을 주는 동시에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인도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대우받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부터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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