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 사망 직후 2.5억 빼돌린 승려들 대법…"횡령죄 인정"

사망한 주지스님의 계좌를 관리하던 승려가 상속인 동의 없이 거액을 이체한 사건에 대해 횡령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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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횡령, 사전자기록 위작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의 한 사찰 사무를 주재하는 A씨는 2000년부터 사찰 주지스님의 은행 계좌를 관리해왔다. 2022년 3월 주지스님이 사망하자 A씨는 상속인 동의 없이 사찰의 상좌(제자)스님인 B씨에게 주지스님 계좌에 보관된 돈 2억5000만원을 수표로 건네거나 계좌로 이체했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공모해 상속인을 피해자로 한 횡령죄 등을 저질렀다며 기소했다.


1심은 A씨와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각각 80시간,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2심은 이들의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A씨 등이 계좌이체를 하며 사망한 주지스님 명의의 예금청구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상속인 사이에 주지스님의 재산에 대한 위탁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는 조리 또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위탁관계에 의해 망인 계좌에 입금된 돈을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과 같이 망인의 사망으로 A씨와 망인 사이의 위임이 종료됐다고 보더라도, A씨는 민법에 따라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해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등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상속인과 형법상 위탁관계까지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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