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8·22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 주자들이 17일 진행된 2차 방송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비상계엄, 특검 대응 등 당 내외 이슈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장동혁·조경태·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진행된 제6차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 참석했다. 지난 10일에 이어 두 번째 토론이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4인은 특검 대응책을 두고 찬탄(탄핵 찬성)파와 반탄(탄핵 반대)파로 극명하게 나뉘어 신경전을 벌였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지난 1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 수사관을 보내 당원명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반탄파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은 특검법에 찬성한 찬탄파 조 의원과 안 의원에게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장 의원은 "특검이 국민의힘의 심장과도 같은 당사에 와 국민의힘의 목숨인 당원 명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왔고 철수했다"며 안 의원에게 특검 대응책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장 의원은 "특검이 통과되면 무도한 수사할 거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정치 특검의 무도한 수사를 예상했으면서 왜 찬성했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안 의원은 "빨리 털 수 있을 때 털어야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범죄 혐의가 있으면 거기에 대해선 수사하게 놔두되 당사를 압수수색하고 500만명이나 되는 당원 명부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미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히고 강력하게 반대했다"며 "내일 특검이 온다면 지난 15일 경축식 때처럼 온몸을 던져 막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특검 대응책을 두고 "이재명 특검이 당사를 침탈해 당원 명부 500만명을 뺏으러 왔는데 저는 대전에서 합동 연설회를 마치고 그날 밤부터 바로 농성에 들어갔다"고 언급했다. 또 "범죄 혐의도 하나도 없다"며 "당원 명부 500만명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세계 정당 역사상 이런 폭거, 만행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 의원에게 "당원 명부를 다 뺏기고 나서 당이 해체되고 난 후 대표가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며 "압수수색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느냐"라고 물었다.
조 의원은 "김건희 특검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통일교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물론 제1야당에 침탈한 행위는 막아야겠지만 원인을 제공한 자가 누구인지 봐야 한다. 김건희 관련 인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한 자가 누군지 아는가. 윤 전 대통령"이라며 "지도부와 특검이 협의 중이라고 하지만 범죄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특검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을 놓고도 또다시 쪼개졌다. 조 의원은 장 의원을 상대로 "지난해 12월3일로 돌아가 비상계엄이 벌어지면 그때도 하나님의 계시라고 보고 계엄 해제에 찬성할 것이냐 아니면 반대할 것이냐"하고 물었다. 이에 장 의원은 "다시 표결에 참여해 해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계엄 해제도 찬성했으니 탄핵에도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조 의원의 물음에 장 의원은 "계엄을 반드시 탄핵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해 정치적으로 푸는 것도 있었고, 당시 윤 전 대통령도 당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김 전 장관에게 '전한길씨 유튜브에 출연해 계엄으로 누가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고 6시간 만에 해제되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고 발언한 이유를 물었다. 김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에 3조원 이상을 갖다줘서 핵무기를 만들었는데 이에 비해 계엄으로 살상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핵무기는 최소 20만~30만명이 한 번에 살상된다"고 언급했다.
최근 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1·2위를 차지하는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김 전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교체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장 의원은 "김 전 장관이 23번의 단일화를 약속했는데 정말 한 전 총리와 단일화할 의사가 있었는지, 단일화 의사가 있었다면 왜 한 전 총리를 찾아뵙거나 단일화를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한 전 총리가 단일화를 했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출마하지 않은 것이다. 한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했느냐"라고 답했고 장 의원은 "궤변"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장 의원은 "당원들이 김 전 장관에게 기대한 단일화는 올해 5월11일 전까지 당원 투표든, 당원과 일반 국민 투표를 합산한 것이든 정상적인 경선에 의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둘 중 한 분이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당권 주자 4인은 토론회를 마치고 장외 신경전을 이어갔다. 조 의원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 구속이 인권 유린이라는 김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절연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제가 얘기하는 절연은 우리 당과의 정치적 절연인데 왜 자꾸 인간적 절연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 의해 계속 휘둘리는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조 의원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결선 투표에 반드시 올라가 승리하겠다"며 "조 의원이 생각하는 개혁적인 사안들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결선에 올라가기 위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조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저는 최소한 2등으로, 어쩌면 (지지율이) 더 나올 수도 있다"며 "결선 투표는 확실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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